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행정명령으로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과거 미·중 무역전쟁으로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멕시코로 생산기지를 이전했지만, 이번 '관세 전쟁'으로 삼성전자·LG전자·포스코 등이 다시 타격을 받아 주가가 하락세를 탔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67% 하락한 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작년 11월 14일 기록한 52주 신저가 4만9900원 이후 가장 낮은 종가 기록이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시총 상위 종목 대부분이 주가 약세를 맞았다. 시총 10위권 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네이버만 주가가 올랐으며, 이를 포함해 상위 50종목 중 주가가 오른 곳은 단 9곳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에서 시작된 '관세 전쟁' 개막 조짐에 따른 불똥이 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월 1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더불어 이들이 맞대응 관세 인상을 할 경우 추가 대응 조항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여러모로 지난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2018년 3월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향한 관세 인상 명령에 서명, 이후 중국이 대응하자 추가적인 관세 인상과 품목 확대를 하는 식으로 임기 말까지 무역전쟁을 이어갔다.
당시 중국에 생산기지를 뒀던 국내 주요 기업들은 큰 타격을 맞았다. 2018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9%에서 2019년 2%까지 하락했다. 2018년 초 2600에 근접했던 코스피는 같은 해 10월 1996.05까지 내리는 등 변동성도 확대됐다.
이후 국내 기업은 중국에 위치한 시설을 타국으로 옮기는 '탈중국'을 시도했으며, 많이 선택된 곳 중 하나가 멕시코였다. 인건비가 싸면서 미국과 인접해 대미 수출 시 운송비가 크게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관세 전쟁에서 멕시코가 대상국에 들며 기업들도 리스크 대비에 실패한 모양새다.
삼성전자 역시 멕시코에 반도체 생산공장이 자리 잡고 있어 주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대미 가전 수출 비중이 높은 LG전자도 멕시코에 생산시설이 있어, 이날 하루에만 주가가 7.13% 하락했다.
주요 철강업체 포스코 그룹주도 대부분 주가가 하락했다. 철강산업의 경우 강력한 수출 경쟁국인 중국에 제재가 가해졌지만, 포스코 역시 멕시코에 생산시설이 있어 불똥이 튄 것이다.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대미 수출을 늘려가던 기아도 이날 주가가 5.78% 빠졌다. 현대차와 더불어 자사의 자동차가 이번 미국 IRA 법 세제 보조 혜택 대상에 들지 못해 악재를 맞은 상태였는데, 기아도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겹악재가 된 것이다.
이외 국내 반도체·이차전지·철강 산업들의 경우 당장은 한숨을 돌렸지만,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정부가 향후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들에 대해서도 관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서다. 이날 코스피가 2.5%가량 떨어지고 외국인이 8696억원 가까이 순매도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와 이에 따른 글로벌 보복관세 움직임은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 의존 국가에 불리한 환경"이라며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축 기조는 올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