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이 오히려 집값을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중저가 주택을 매수하면서 집값이 들썩이고, 부산, 김포 등 일부 비규제 지역에는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9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이 0.21% 상승해 지난주(0.17%)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이번주 상승률은 올해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6월 넷째 주(0.22%)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지방을 막론하고 전국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2% 올라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10주 연속으로 0.01% 올랐던 것에서 상승 폭을 소폭 키운 것이다. 6·17 대책에서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김포시는 아파트값이 지난주 1.94% 오른 데 이어 이번 주 1.91% 상승하면서 2주 만에 무려 4% 가까이 폭등했다. 지방 아파트값은 이번주 0.27% 올라 한국감정원이 이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2년 6월 이후 8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을 기록했다. 지방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을 말한다.
이처럼 전국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것은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이 억 단위로 뛰면서 전세 수요가 중저가 주택 매수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지방에서는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을 밀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임차인 보호를 위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오히려 전세 품귀가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약 3개월 동안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45%로 조사돼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0.21%)의 7배에 육박했다. 강남권의 경우 최근 3개월간 아파트값은 0.06% 오르는 데 그쳤지만, 전셋값은 2.13% 상승했다.
이렇듯 정부의 정책이 부동산시장을 잡기는 커녕 전국 집값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정부는 추가 대책을 거듭 예고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집값이 불안한 비규제 지역 주택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세종, 대전 등 비규제 지역에서도 크게 뛰면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 만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 구간은 50%, 9억원 초과분은 30%로 제한되는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되고 주택을 구입하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고 어떤 돈으로 집을 사는지 밝혀야 한다.
더 나아가 최근 정부는 신용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달 30일부터 30일부터 연 소득 8000만원 초과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는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비은행권은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DSR 40%(비은행권 60%) 규제를 개인별로 적용하고 있는데, 이 규제를 오는 30일부터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1억원 초과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또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 초과인 차주가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는 경우 해당 신용대출을 회수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방안을 두고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주택자들이 필요해서 받는 신용대출을 무조건 주택 구매와 연결지어서 회수를 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현금 부자만 집을 사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전세대출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가격 급등인데, 정부는 전세대출 증가로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4년동안 서울의 아파트값이 58%나 올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아파트값 상승률보다 무려 4.5배 높은 수치"라며 "주무장관이 '우리 집 5억이면 산다'는 철모르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집값이 통제불능"이라고 비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