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공식 취임을 거쳐 임기를 시작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
이날 임기를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임무는 ‘파리 기후협약’ 복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정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다시 되돌리겠다는 의지다.
이달부터 적용되는 ‘파리 기후협약’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을 맺은 국가들은 개별적으로 자발적 감축목표(INDC)를 제시할 수 있지만 5년마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관련 인사를 단행했다. 전 국무장관인 존 케리를 ‘기후특사’로 임명했다. 케리는 앞으로정부 부처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조율하는 업무를 맡는다.
또 백악관 기후변화 정책보좌관에는 오바마 정부 당시 환경보호청 수장을 역임했던 지나 멕카티(Gina McCarthy)가 지명됐다. 에너지부 장관에 내정된 제니퍼 그랜홀름(Jennifer Granholm)은 미시간 주지사 재임 당시 시행한 전기차·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성과를 낸 인물이다.
◇美, 친환경 정책에 국내 수출 경쟁력은 ‘저탄소 산업’
미국의 기후위기 대응과 친환경 정책 등은 국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주요 무역 동맹국들의 정책에 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탄소세’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탄소세는 기업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 기준을 정하고 이를 넘을 경우 부과하는 세금이다. 다른 말로는 CO2 배출 부담금이라고 한다.
미국은 유럽연합과 중국처럼 탄소국경세도 도입할 계획이다. 탄소국경세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즉 온실가스가 새로운 무역의 기준이자 장벽이 된다는 뜻이다.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국내 주요 수출업종들의 부담감은 커진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3년 유럽연합과 미국, 중국 등에서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국내 철강·석유·자동차 등 주요 업종은 연간 6000억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오는 2030년에는 1조87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이 수출 강대국을 유지하려면 탄소 절감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에 탄소 관세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탄소 관세는 많은 양의 탄소 배출이 요구되는 수입 제품에도 탄소세를 적용시키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수출 기업들도 탄소 절감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세 도입과 함께 보다 선별적인 선택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RE100·ESG 경영 등 한국 정부와 기업 체질 개선 나서
‘친환경’이 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자 국내에서도 정책과 기업들의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올해에만 그린 뉴딜에 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도시·공간·생활 기반 시설의 녹색전환에 2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이 밖에도 △전기·수소차 보급 11만6000대 확대 △충전소 건설과 급속 충전기 증설 등 4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신규설비 중 95% 이상을 태양광 및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오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확대한다. 또 오는 2034년까지 △석탄발전 30기 폐쇄 △원자력 발전기 17기로 축소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 4배 수준 증가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체질 개선에 나선다. 친환경과 관련된 ‘RE100’과 ‘ESG경영(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캠페인을 의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오는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이다.
그 동안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증거를 제출하기 어려웠던 탓에 국내 기업들의 RE100 실현이 어려웠지만 정부가 국내 기준에 맞는 ‘한국형 RE100’을 마련하면서 길이 열렸다.
삼성·LG·SK·한화 그룹과 카카오·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들 모두 ESG 위원회를 자체적으로 설립하거나 탈탄소 대책을 실행하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대한상공회의소 레포트를 통해 "태양광, 풍력 산업 수요가 증가할 만큼 이들 업계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국내 그린뉴딜 정책과 연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RE100이 글로벌 뉴노멀(새 기준)이 되고 탄소 국경 조정세가 도입되면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