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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
통상 미국은 유엔과 같은 보편성을 갖는 다자체제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좀더 영향력이 있고 미국과 협력의 가능성이 많은 국가들과의 소규모 다자체제를 통한 협력을 선호한다. 아마도 미국은 기후정상회의와 함께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8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20여개 국가간 '주요국 포럼(MEF)' 의 재개를 통해서도 글로벌 저탄소 경제발전을 위한 국제표준을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지난 몇 년 다소 유럽에 치중된 기후변화 외교협력으로부터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균형 잡힌 중간자 역할을 시도할 수 있는 중요한 회의이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대응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특징을 알면 기후정상회의 참여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마디로 유럽은 규제중심적인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선호해왔다면, 미국은 시장경제원리와 기후기술 중심의 접근을 해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개별 국가 상황을 고려한 저탄소경제성장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을 하고자 하는 파리협정은 미국적인 접근방법에 좀더 친숙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후정상 회의에서는 저탄소 기술의 확산과 시장의 확대를 통해 지구 온도 1.5도 이하 상승 목표 달성을 위한 야심찬 국제협력 논의를 이끌어 가기 위한 협력 논의가 핵심이 될 것이다.
이번 기후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어젠다의 하나는 기후금융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탄소중립을 통한 저탄소 발전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잘 조화된 사부문의 충분한 투자와 공공부문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너무나도 당연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다르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이 사부문에 대한 부담 증가가 아니라 이들의 투자기회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서 기회창출을 해나갈 수 있도록 관련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고 중요한 문제를 대등하게 협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후금융의 국제적 차원에서의 중요성은 개도국 지원에서 잘 나타난다. 지구사회의 공정발전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국제개발은행 및 정부공적지원(ODA)을 통한 사부문의 투자 위험을 줄여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들 간에서도 여전히 협력의 필요성이라는 당위론적 차원에서만 논의가 고려되기 때문이다.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을 비롯한 핵심 국가들 간의 사부분의 투자 증진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기회창출을 위해서는 공공부문에서의 리스크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면서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우리는 요즈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그린 ODA(공적개발원조)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가 높아지고 있으니 잘만 준비하면 기후정상회의 논의에도 기여하고, 기후정상회의 논의를 우리 정책 개선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
구체적인 저탄소 기후기술의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도 중요한 어젠다로 다뤄질 것이다. 재생에너지 기술과 같이 일반적으로 중요성을 갖는 기술 이외에도 수소경제, 소규모 원자력과 같은 기술협력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수소경제, 전기자동차 및 철도와 같은 저탄소 교통, 그리고 우리의 산림녹화 경험을 파리협정의 맥락에서 소위 자연기반 해결책에 대한 국제협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과 방법 제시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서 총론적인 기여가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구체적인 해결방안의 마련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올해 5월말 P4G 기후정상회의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아직 참여하고 있지 않은 회원국 30개국이 넘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본부를 유치하고 있다. 미국이 조속히 복귀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원하는 유엔의 대표적 기후금융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본부 유치국이기도 하다. 이들 협력체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함은 물론 제2차 기후정상회의를 한국이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의하여 국제사회에서의 기후리더십을 확보해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