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펄어비스 전략파트너십팀 김안나 씨와 진용운 팀장이 ‘검은사막’의 컬래보레이션 제품을 들고 있다. |
게임사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제품이 유통가를 휩쓸고 있다. 게임 속 캐릭터를 제품 안에 그려 넣고 한정판 제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넘어 게임명을 재치 있게 각색하는 사례도 쏟아지고 있다.
유통가의 캐릭터 마케팅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게임 IP를 활용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이 요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게임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데다, 게임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게임 IP에 대한 인지도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자사 게임 IP를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에게 게임 밖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한편 이같은 IP 활용이 게임 IP의 수명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또 게임 IP의 영역 확대는 게임사의 매출 다변화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넥슨의 경우 조직개편을 통해 IP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PC 온라인 사업본부와 모바일 사업본부로 쪼개졌던 조직을 IP 중심으로 통합하고 산하에 별도의 그룹을 만든 것. 엔씨소프트 역시 IP 확장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 실장은 최근 회사의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에서 "IP(지식재산권)는 제품과는 달리 소진되는 개념이 아니고, 이용자들이 언제나 신뢰를 주는 하나의 브랜드"라면서 회사의 게임 IP를 향후 전략적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게임 IP는 어떻게 유통가를 휩쓸게 됐는지, 에너지경제신문은 ‘신박한’ 아이디어로 업계를 들썩이게 한 IP 활용 베테랑들을 인터뷰했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펄어비스는 A급 게임만 만드는 회사다. 회사의 히트작인 ‘검은사막’이 그랬고 이후 후속작으로 이름을 올린 게임들도 줄줄이 ‘트리플A’ 게임으로 포지셔닝됐다. 그런 펄어비스가 제과회사와 함께 컬래버레이션 제품 ‘껌은사막’을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도대체 왜? 그로부터 15개월 후 펄어비스는 조미김 제조사와 손을 잡는다. 합작해 만든 제품의 이름은 ‘김은사막’. 이후 생활용품 제조사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샴푸 ‘감은사막’과 남성 속옷 ‘검은사각’까지 완판행렬을 기록하며 줄줄이 ‘대박’을 쳤다.
펄어비스의 이같은 시도는 업계에서 ‘펀슈머(fun-sumer)’ 마케팅으로 통한다. 특히 게임사가 진행한 컬래버레이션 중 이른바 ‘B급 정서’를 가장 잘 건드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놓고 웃기려고 작정한 콘셉트지만 고퀄리티 그래픽과 기술력으로 유명한 ‘검은사막’의 작품이라고 하니 천박함이나 촌스러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진용운 펄어비스 전략파트너십팀 팀장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전에는 게임성이나 기술적 장점 등을 부각하는 마케팅에서 전략을 하나 더 가져간 것"이라며 "이용자들과 색다른 방법으로 소통하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고, 이런 신선한 모습에 유저들 반응도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펄어비스가 ‘펀슈머 마케팅’으로 얻은 또 하나의 이점은 대중적 인지도다. 게임 ‘검은사막’은 몰라도 ‘껌은사막’은 안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검은사막’ 제휴 마케팅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략마케팅팀 김안나 씨는 "검은사막을 접하지 못했던 대중에게도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검은사막 IP에 대한 가치와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펄어비스가 처음부터 이 같은 시리즈 마케팅에 확신이 섰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컬래버레이션 제품인 ‘김은사막(광천김)’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후속작에 대한 ‘창작의 욕구’가 솟구쳤다고 했다. 김 씨는 "여러 시리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광천김과 진행했던 김은사막"이라며 "껌은사막 이후 후속작을 준비하는 과정이 1년 넘게 걸렸던 만큼 간절하기도 했고, 그만큼 반응도 좋았다"고 회상했다. 진 팀장은 "11번가에서 김 부문 매출 기록도 달성할 정도로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라며 "김은사막을 통해 컬래버레이션을 시리즈 형태로 가져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펄어비스는 다음 제휴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요즘은 타 부서는 물론이고 이용자나 지인으로부터 추천도 많이 받고 있다. 진 팀장은 "펀슈머마케팅이 성공적일 때는 좋지만, 파트너사와 함께하는 프로젝트이다보니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는 리스크도 항상 존재한다"라며 "협업 대상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이나 브랜드인지, 해당 브랜드에서 펄어비스와 같은 비전을 품을 수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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