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NH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중단이란 초강수를 둔 가운데 다른 주요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한 추가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연간 권고치 이하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으로 갈 곳을 잃은 고객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2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은행 관계자들은 전날 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단 결정 이후에도 가계대출 축소 등 추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연간 권고치인 5∼6%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7월까지 각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보면 신한은행 2.2%, 국민은행 2.6%, 우리은행 2.9%, 하나은행 4.4%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을 보면 7월까지 우리은행 1.4%, 국민은행 1.7%, 신한은행 2%, 하나은행 4.1% 정도다. 4%를 넘어선 하나은행을 제외하면 국민·신한·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여유로운 상황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올해 7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은 7.1%,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8.3%로 높았다. 이미 한 해 권고치를 넘어선 셈이다.
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단이란 이례적인 결정은 상반기 치솟은 대출 증가율로 관리가 어려워지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일 것이라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상반기 농협은행의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출 중에서도 특히 주택담보대출 중단이란 결정은 은행 차원에서 내리기도 쉽지 않다. 아마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몇몇 대출 상품을 중단하거나 금리를 조정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관리가 어려워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5∼6%대로 맞추길 권고해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에 엄청 신경을 쓰고 있다"며 "새로 발탁된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도 가계대출 관리를 강조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농협은행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단으로 대출이 막힌 고객들이 몰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오는 24일부터 11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겠다고 갑작스럽게 결정해 당초 농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계획이었던 고객들은 다른 은행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대출 한도 축소나 금리 조정 등의 추가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농협은행의 고객이 몰릴 경우 현재의 계획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며 "풍선효과가 발생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우려되는 것은 쏠림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며 "5개의 은행을 예로 들면 그동안 5분의 1로 나눠서 실행했던 대출을 4분의 1로 나누게 되는 셈이다. 반사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대출 증가율을 지켜보면서 필요할 경우 한도 조정 등으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전날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대출 증액이나 재약정도 하지 않고,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집단대출 신규 접수도 받지 않는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비수도권 대출 수요가 높았고, 잔금대출 전환 등이 예정돼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