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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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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국제 석유시장 불안 키운 미국의 '자충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06 14:27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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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연합체 OPEC+는 지난 2일(현지시간) 지난 8월 이후 유지되어 온 하루 원유생산량 40만 배럴 증산 기조를 내년 1월에도 계속 유지하겠다는 다소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사실 회의전 전문가들의 중론은 증산 철회에 좀 더 무게 중심이 있었다. 무엇보다 예상보다 더딘 세계 경기 회복세로 내년 1월부터 국제 석유시장이 초과공급 상태로, 석유재고도 가파르게 증가하여 내년 말까지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들의 재고가 2015~2019년 평균보다 1억 1800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줬다. 더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적어도 당분간 석유수요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증산 유지는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OPEC+ 결정 이면에는 미국의 노력과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사실 앞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앞두고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미 석유 증산을 요청하였지만 OPEC+에 거절당한 바 있으며, 이에 지난달 23일에는 전략 비축유 5000만 배럴 방출을 지시하였다. 물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화석연료 축소를 주장하면서 오히려 석유 증산을 요구하는 모습 자체가 ‘아이러니’지만, 그만큼 다급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OPEC+ 회의에서는 적어도 내년 1월까지 증산을 유지하는 양보까지 얻어냈다. 물론 이 같은 경과는 국제 석유시장에서 미국의 건재를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10년 가까이 유지되어 온 국제 석유시장의 질서에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미국의 관점에서 석유는 단순한 생필품에 가까운 소비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의 패권은 군사력과 함께 달러화라는 기축통화에 의존하며, 이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 바로 ‘페트로 달러(Petro-dollar)’ , 즉 강제적인 원유 대금 달러화 결제 시스템이다. 1971년 달러화를 금으로 교환해주지 않는 불태환 조치와 맞물려, 미국은 당시 OPEC 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후 달러화는 원유구매 대금으로 미국에서 중동 산유국으로, 은행 예치를 통해 서유럽 국가로, 미국 채권 구매를 통해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 순환하는 시스템을 통해 달러화의 실물기반 가치를 유지하는 데 이바지해 왔다. 다시 말해 미국의 패권은 석유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만큼 석유 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관리가 미국 패권에 직결된 문제였다.

적어도 코로나 사태와 특히 바이든 행정부 이전까지 미국은 소위 ‘셰일 오일’로 상징되는 비전통 석유에 의지해 국제 석유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였다. 미국 셰일 오일은 투자 결정으로부터 실제 생산까지 걸리는 기간이 짧으며, 심지어 30일 내 바로 생산이 가능한 미완결 유정(UCD)까지 있어 국제유가 인상에 매우 탄력적으로 반응하면서 국제유가를 그동안 셰일 오일 생산단가 범위, 즉 ‘셰일 밴드’에 묶어 둘 수 있게 해주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OPEC은 증산을 시도하다 오히려 국제유가가 급락, 2016년 1월에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졌다. 2016년 말부터는 러시아 등 신규 산유국까지 합세한 OPEC+가 결성 감산을 추진하였지만,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셰일 오일을 지렛대로 이 같은 OPEC+를 사실상 굴복시켜 그토록 염원하던 에너지독립을 달성함으로써 저렴한 휘발유 시대를 미국인들에게 안겨줄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와 함께 집권한 바이든 행정부는 스스로 이 같은 미국 우위 국제 석유시장에 큰 균열을 낸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80달러대로 치솟는 상황에서도 미국 셰일 오일 생산이 이전만큼 탄력적으로 증가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셰일 오일 생산량은 코로나 이전 최고치 대비 12% 감소한 수준이며, 지난해 8월말 180기까지 감소했던 시추기 역시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지난 분기에 미국 셰일 오일 생산업체들의 운영자금이 석유 시추에 투입된 비율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올해 3분기 재투자율은 46%로 역사적 평균치인 130%를 크게 밑돌았다. 쉽게 말해 셰일오일의 돈줄이 막힌 것이다.

물론 코로나 사태 여파로 인한 실적 부진도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이 같은 투자 감소에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바이든 정부들어 추진된 미국 내 석유시추 제한, 화석연료 기업 보조금 지급 중단, 태양광·전기차 확대 등 적극적으로 친환경 정책 추진이 큰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할 수 없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닌 먼 곳만 보고 바로 앞을 못 본 ‘원시안(遠視眼)’은 단순한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자국 내 정치적 어려움과 함께 자국의 패권까지 흔드는 부작용까지 양산했다. 이는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어 준다.

어찌 됐든 미국 셰일 오일 생산 회복력이 저하된 현 시국을 감안한다면, 이번 증산결정으로 OPEC+의 석유 잉여생산능력은 더욱 빠르게 감소할 것이라고 평가된다. 따라서 국제 석유시장의 향배는 극히 예측이 어려운 안개 속에 놓여 적어도 코로나 시국 이전으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국제 석유시장의 불확실한 행로는 우리 경제에도 적잖은 부담을 안겨줄 수 밖에 없으니 선제적으로 철저히 대비책을 궁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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