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해 10월 확정된 ‘2050 수송부문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오는 2050년 180만~280만 톤의 수송부문 온실가스 순배출량 달성을 위해 2050년에는 휘발유, 경유 등은 적어도 자동차의 연료로는 사실상 완전히 퇴출시킨다는 목표가 천명되었다. 그리고 현재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2050 수송부문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완전한 수송에너지 전환 방향으로서 새로운 탄소중립 수송에너지인 ‘이퓨얼(e-Fuel, 재생합성연료)’의 가능성도 인정했다. 여기서 이퓨얼이란 석탄·바이오매스·천연가스 등 탄소자원을 원료로 탄화수소 합성 공정을 통해 제조한 합성연료, 그중에서도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와 탄소자원을 합성하여 제조한 합성연료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청정수소와 이산화탄소로 합성한 연료이다.
이퓨얼이 수송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감축수단으로 인정된 것은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이퓨얼은 생산 공정에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합성 후 차량 기관 내에서 연소하여 재배출함으로써, 포집된 탄소와 배출된 탄소가 상호 간 상쇄되는 소위 ‘탄소중립(Carbon Neutral)’ 연료이다. 다만 이퓨얼이 온전한 탄소중립연료가 되기 위해서는 탄소포집 방식 중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비율이 낮은 ‘대기 중 직접 포집(DAC)’ 방식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만일 이퓨얼 합성에 필요한 탄소를 발전소·공장 등 대량 배출원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활용하면, 해당 산업부문에서는 이산화탄소 저감으로 인정될 경우 수송부문에서는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로 집계 처리되는 탄소배출 통계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전소·공장 등 대량 배출원에서 포집된 탄소에 대해 산업·수송부문 간 배분에 대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탄소배출 통계를 작성하는 기관 차원의 기술적 문제일 뿐, 이퓨얼이 탄소중립이라는 본질적인 사실 자체를 훼손하지는 않는다.
이와 함께 온도나 압력 등 합성공정 변수에 따른 물성 조절을 통해 e-메탄올, e-휘발유, e-디젤 등 기존 수송연료와 사실상 동일한 물성을 지닌 연료를 생산,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가령 높은 에너지밀도로, 특히 중대형 상용차 등 장거리 운행이 필요한 차량의 연료로 활용이 가능한 점, 또는 액체연료로서 상온기준 기체 연료인 수소나 물질이 아닌 전기에 비해 보관이나 수송이 용이하다는 점 등 기존 연료가 수송에너지원으로 지닌 장점을 이퓨얼이 그대로 지니면서 적어도 기능적 차원에서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 등이 관심을 키우는 요소다.
또한 이 같은 동일한 물성 때문에 현재 기존 수송연료 인프라를 사실상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송에너지 완전 전환으로 인해 유발될 관련 자산의 대규모 좌초화를 회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가 경제차원에서 큰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더 나아가 수송에너지를 완전 전기화할 경우, 천재지변·정전·전시상황 등의 비상사태 발생 시 국가적 에너지안보 문제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이퓨얼이 수소와 함께 태양광·풍력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 자원을 액체화하여 저장·이송수단으로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돋보이는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런 이퓨얼이 수송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감축수단으로 인정된 것은 특히 국내 석유산업에 주는 상당한 함의가 있다. 완전한 수송에너지 전환으로 사실상 국내 석유산업은 수송용 연료 공급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할 판이다. 이는 석유산업이 지닌 제조·유통 등 관련 인프라가 좌초화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석유산업 인프라를 일부 그대로 활용 가능한 이퓨얼이 감축수단으로 인정됨으로써 이 같은 대규모 자산 좌초화를 회피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단순히 국내 석유산업을 넘어 국민 경제 차원에서도 자원의 낭비를 막아주는 순편익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이퓨얼이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루어진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래 탄소중립 대응 기술로서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및 제도적 지원과 함께 국내 석유산업의 적극적 투자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