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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M&A 지형도] '지주사 완성형'은 한 끗 차이, 우리금융지주 과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13 15:54

롯데카드 인수전 불참, 증권사 인수 '올인'



높아진 증권사 몸값...'우투 기억' 우리금융 눈높이도↑



"급하지 않다" 우리종금-중소형 증권사 합병 가능성도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사들은 그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공격적인 M&A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 완벽한 모습을 갖췄다. 이제는 완성된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리딩금융 경쟁에서 승기를 쥐어야 하는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됐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부문을 보강하기 위해 카드, 증권사 등의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4대 금융지주사의 M&A 현 주소와 향후 과제 등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① "몸집만 키우는 시대 갔다"…전략 확고해진 금융지주
② 생보사 통합 남은 KB금융, M&A 마침표는 ‘비은행 지표’
③ 포트폴리오 완성한 조용병 회장…신한금융, 손보업 진출 결과는
④ '지주사 완성형'은 한 끗 차이, 우리금융지주 과제
⑤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하나금융지주의 고민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2019년 지주사 재출범 이후 비은행 부문을 확충하기 위해 쉼없이 달려온 우리금융지주가 최근에는 기약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지주사 완성도의 핵심인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 몇 년 새 금융시장 내 증권업 비즈니스의 확장성이 부각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증권사를 매각하려는 대주주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우리투자증권' 기억하는 우리금융…증권사 몸값도↑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9년 1월 지주사를 재출범한 이후 현재까지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를 인수하지 못한 가장 큰 배경에는 높아진 증권사의 몸값과 까다로운 우리금융의 눈썰미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과거 대형사인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계열사로 둔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증권사로는 쉽게 만족할 수 없다. 고객군이 넓고, 자기자본 규모가 큰 증권사일 수록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지주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소속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기준 업계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것도 우리금융지주에는 무시 못할 요인이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유상증자 같은 자금 수혈을 통해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을 상위권에 올렸고,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을 인수해 구 KB투자증권과 합병하는 방법을 택했다. NH투자증권도 작년 한 해만 1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두며 NH농협금융지주 손익 증대의 일등공신으로 거듭났다. 올해 같은 경우 증시 부진으로 인해 대다수의 증권사들 순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났지만, 예년에 비하면 펀더멘털은 한층 더 견고해졌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반대로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것이 현재까지도 아쉬움으로 남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NH농협금융지주에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할 당시만 해도 증권업황이 좋지 않아 증권사들 몸값도 높지 않았다"며 "우리금융지주가 2005년 LG투자증권을 인수, 우리증권과 합병하면서 우리투자증권으로 키웠는데, 만일 민영화 추진이라는 불가피한 이벤트만 없었다면 금융지주사 내 입지도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의 간절한 염원과 달리 증권가의 ‘품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작년 동학개미 운동을 기점으로 ‘증권업’이 금융권 내 보기 드문 성장산업이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보험업의 경우 이미 산업 자체가 포화상태인데다 저출산, 고령화까지 맞물리면서 성장성마저 불투명해졌다. 카드사의 경우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빅테크·핀테크의 결제시장 진출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지 오래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간이 흘러도 자본시장의 꽃은 증권업이라는 공식이 변하지 않는 것은, 새로운 산업군이 등장해도 이를 증권의 주력 분야인 투자와 연계할 수 있다는 ‘확장성’ 때문"이라며 "금융지주사가 금융지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은행과 증권이 필수인데, 증권사 인수전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금융지주는 갈수록 타사와의 순위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증권업 계열사 편입' 다양한 선택지 둔 우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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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그럼에도 우리금융지주 내부적으로 ‘증권사 인수’에 서두르지 않는 것은, 중대형 증권사 인수 외에도 증권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많기 때문이다. 당장 증권사를 인수해 금융지주의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장 최선의 방법’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이 중 현재 상황에서는 우리종합금융과 중소형 증권사의 합병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우리은행은 2015년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종금이 외환·장외파생 업무 관련 라이선스 신고에 문제가 생기면서 증권사 전환 작업이 중단됐다.

우리종금은 1994년 종금사로 전환한 이후 종합금융사 법에 따라 외화·장외파생 업무를 해왔다. 2007년 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종금사가 외국환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에 겸업 업무 신고를 하고,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했는데 당시 이를 누락한 것이 증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 이미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이 좌초된 전례가 있는 만큼 현 상황에서는 우리종금을 중소형 증권사와 합병하는 것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우리종금은 수신, 단기 및 중장기 여신, 금융투자상품 판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업무를 수행 중인데, 증권사의 경우 수신 업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종금과 합병시 사업 영역을 넓히는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종합금융이 부동산 PF, 기업금융 업무에 특화됐기 때문에 중소형급 증권사와 합병한다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법적리스크 해소, 대형 M&A 긍정적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들이 상당수 해소된 점도 우리금융지주가 중장기 안목으로 M&A를 단행할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손태승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지주사 재출범 이후 비은행부문 비중을 18%대까지 끌어올렸고,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점을 고려할 때 연임이 유력시된다. 즉 손 회장의 경우 주주, 이사회 등 이해관계자들 눈높이에 맞춰 우리금융지주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긴 호흡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현재 금융지주사 순이익 1, 2위인 KB금융, 신한금융의 경우 CEO의 안정적인 리더십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진 점도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업 진출에 쉽게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된 자금을 투자할 만한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 종금과 합병 등 다양한 선택지 가운데 자본 활용 범위가 크고 리스크가 적은 최선의 선택지를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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