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금융지주사들은 그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공격적인 M&A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 완벽한 모습을 갖췄다. 이제는 완성된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리딩금융 경쟁에서 승기를 쥐어야 하는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됐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부문을 보강하기 위해 카드, 증권사 등의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4대 금융지주사의 M&A 현 주소와 향후 과제 등을 조명해본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① "몸집만 키우는 시대 갔다"…전략 확고해진 금융지주
② 생보사 통합 남은 KB금융, M&A 마침표는 ‘비은행 지표’
③ 포트폴리오 완성한 조용병 회장…신한금융, 손보업 진출 결과는
④ ‘지주사 완성형’은 한 끗 차이, 우리금융지주 과제
⑤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하나금융지주의 고민
▲KB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4대 금융지주사 중 가장 먼저 포트폴리오 퍼즐을 모두 맞춘 KB금융지주는 생명보험사 통합이란 중요한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최근 적자를 보이던 KB생명보험은 푸르덴셜생명과 통합해 ‘KB라이프생명보험’으로 내년 1월 공식 출범한다. KB금융이 확고한 리딩금융그룹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계열사 전반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유리한 만큼 통합 생보사의 성공적인 결합은 중요하다.
비은행과 은행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완성도 필요하다. 현재는 금리 인상에 따라 KB금융에서 KB국민은행의 순이익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주춤하고 있는 비이자이익 성장도 필요하다. 계열사의 완성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비은행 진형을 탄탄히 구축하고 비이자이익을 높이는 것이 1년여간의 임기가 남은 윤종규 회장의 중요 과제인 셈이다.
◇ 자산 34조 KB라이프생명 탄생…화학적 결합 남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내년 1월 통합 생보사 KB라이프생명 출범을 목표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그동안 전산 등 인프라와 상품, 서비스 등 물리적 통합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금융위원회 인가 획득 절차를 준비 중이다.
생보사 강화는 KB금융의 가장 큰 숙원이었다. KB금융은 리딩금융을 다투는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이였지만 유일한 생보사였던 KB생명의 규모와 성적은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보험은 금융그룹의 비은행 중에서도 핵심 사업 부문이라 생보사 보강은 KB금융의 포트폴리오 완성과 리딩금융 수성의 마지막 퍼즐로 여겨졌다.
윤종규 회장은 2020년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강행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첫 해인 데다 생보업계 분위기도 좋지 않아 우려의 시선도 많았으나 윤 회장은 "어려울 때가 기회"라며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자신감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윤 회장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당시 자산 약 21조원 규모의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KB금융의 생보업 자산 규모는 기존 17위에서 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KB생명 순이익이 적자를 보이며 고전을 하고 있을 때도 푸르덴셜생명은 3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며 KB금융의 생보 부문을 이끌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남은 통합 작업은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위한 단계다. 화학적 결합 단계에서는 단순 인프라의 통합 이상으로, 두 회사의 조직과 문화가 하나로 결합되는 과정이라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 M&A를 겪은 회사들은 직급 체계, 성과급, 희망퇴직 등 다양한 지점에서 노사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고, 내부에서 보이지 않는 계파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완전히 다른 조직을 합칠 때 생길 수밖에 없는 충격인 만큼 이를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통합 생보사가 두 회사의 강점을 각각 취할 예정이라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분위기다. 단 KB생명의 적자를 상쇄시켜야 하는 데다 초반에는 통합 생보사 실적이 기대만큼 좋지 않을 수 있어 수익 정체기를 빠른 시일 내 통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사인 신한금융그룹이 옛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새로 출범한 신한라이프는 현재 생보업계 자산 규모 4위(약 70조원)의 대형 보험사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통합 후 자산 규모(약 34조원) 업계 8위 수준의 중대형 생보사로 탄생하는데, 신한라이프란 선례를 뒤따르는 만큼 두 보험사는 앞으로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M&A 결실은 '비은행 비중·비이자이익' 확대
KB라이프생명 출범 후 포트폴리오가 탄탄히 구축되면 이를 바탕으로 비은행 순이익 비중을 강화하는 것이 KB금융 M&A의 마지막 결실이 될 것이다. 금리 인상기에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커졌던 반면 KB증권과 KB자산운용, KB인베스트먼트 등 금융투자 부문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그룹 내 은행의 순이익 비중이 확대된 상태다. KB금융 내 은행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약 56%에서 올해 상반기 약 60%로 높아졌다. 신한금융(약 59%)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데, 손해보험사가 없던 신한금융이 지난 7월 신한EZ손해보험을 출범하며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은 더 탄탄해질 수 있다.
▲KB금융그룹 상반기 비이자이익. |
비이자이익 개선도 중요하다. KB금융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1조9693억원으로 1년 전 대비 25.1% 감소했다. 신탁, 방카슈랑스, 증권대행수수료 등 대부분의 수수료 이익이 줄었다. 비은행과 비이자이익이 중요한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아 이자이익이 감소할 때 수익성을 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도 이를 위해 증권사, 손해보험사, 생보사 등 그동안 M&A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앞으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수수료와 같은 비이자이익 확대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리딩금융그룹의 새로운 전략으로 여겨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의 포트폴리오가 강화되면 그룹 계열사간 연계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며 "특히 금리 인상기에 금융지주사들이 이자이익에 기댄 실적 성장을 보였던 만큼 향후 금리 하락기나 경기 충격을 받을 때 수익성 하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비은행·비이자이익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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