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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M&A 지형도] "몸집만 키우는 시대 갔다"...전략 확고해진 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13 15:07

'리딩금융 경쟁' KB·신한금융, M&A로 취약 부분 보강



매물 나온 롯데카드...우리금융 등 유력 후보군 ‘절레’



빅블러 시대, 빅테크 영역 확장...지주사 M&A 기준 높아져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사들은 그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공격적인 M&A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 완벽한 모습을 갖췄다. 이제는 완성된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리딩금융 경쟁에서 승기를 쥐어야 하는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됐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부문을 보강하기 위해 카드, 증권사 등의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4대 금융지주사의 M&A 현 주소와 향후 과제 등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① "몸집만 키우는 시대 갔다"…전략 확고해진 금융지주
② 생보사 통합 남은 KB금융, M&A 마침표는 '비은행 지표'
③ 포트폴리오 완성한 조용병 회장…신한금융, 손보업 진출 결과는
④ '지주사 완성형'은 한 끗 차이, 우리금융지주 과제
⑤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하나금융지주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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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송두리 기자] 금리인상 등 대내외적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지주사 인수합병(M&A)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금융지주사들이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아도 라이선스 확보, 포트폴리오 확충 등에 의미를 두고 M&A에 적극 나섰다면, 최근 들어서는 매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알짜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특히나 핀테크, 빅테크 등의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전과 같은 ‘규모의 경쟁’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 금융지주 M&A가 곧 회장의 통찰력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거부터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주로 인수합병(M&A)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인오가닉(inorganic)’ 전략을 구사했다. 금융지주사들이 그룹사 시너지, 향후 성장성, 기업가치 등을 고려해 M&A라는 큰 그림을 그리면, 각 계열사가 새로운 상품을 내놓거나 다른 회사들이 뛰어들지 않았던 사업에 진출하는 식으로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위주의 수익 구조에서 탈피하고, 보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금융지주사 회장의 성과가 M&A 전략으로 대표되는 것도 이러한 사업 구조 때문이다. 특히나 M&A는 가격뿐만 아니라 미래의 사업 방향, 계열사 간에 시너지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만큼 금융지주 회장의 경영 인사이트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역으로 여겨진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현재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M&A의 힘이 컸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취임 이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 푸르덴셜생명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KB금융의 취약점을 보강했다. 최근에는 푸르덴셜생명, KB생명보험의 통합법인명을 ‘KB라이프생명보험’으로 확정하고 내년 초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생보업 라인업까지 강화되며 KB금융의 포트폴리오는 완성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역시 아시아신탁(현 신한자산신탁), 오렌지라이프,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에 이어 지난 7월에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현 신한EZ손해보험)을 공식 출범하며 포트폴리오를 완벽히 구축했다.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재출범한 우리금융지주는 손 회장의 지휘 아래 자산운용, 저축은행, 부동산신탁 등을 차례로 인수하고, 현재는 증권사 매물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 매물 나온 롯데카드…까다로워진 금융지주사


보험, 카드 등 금융사가 매물로 나왔을 때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가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경영 행보의 연장선상이다. 금융지주사들이 몇 년 전만 해도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M&A를 활발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매물로 나온 금융사 입장에서는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금융지주사에 인수되는 것이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는데 있어서 한층 유리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금융지주사가 비은행 금융사를 인수하는데 있어서 미묘한 온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 사례가 대표적이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보유 지분(59.83%) 및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을 진했는데, 당초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꼽혔던 우리금융지주는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지주만이 금융사 중 유일하게 롯데카드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지주사의 M&A 무게 중심이 기존 ‘외형 확장’에서 ‘내실경영’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사들이 시중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을 당시만 해도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해 지주사 전체의 규모를 키우는데 열을 올렸다면, 현재는 계열사 시너지, 재무구조와 같은 ‘사업성’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인수 비용뿐만 아니라 인수 후 투입해야 하는 자본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과 같은 빅블러 시대에서는 비금융사와 지분 교환을 통해 새로운 사업적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 보험, 카드사 후보군으로 계속해서 거론되는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M&A에 있어서 증권사, 벤처캐피탈(VC)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른 금융사를 인수하는데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핵심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 VC를 인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는 외형확장보다는 내실경영에 집중해야 한다"며 "시장에 정말 매력적인 금융사가 매물로 나오지 않는 한 금융지주사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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