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일찍 찾아오면서 건설사들이 현장 근로자들의 무더위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픽사베이 |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엘니뇨 현상 등 이상기후로 이달 들어 최고기온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일찍 찾아온 가운데 건설사들이 현장 근로자들의 무더위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현장에선 공기단축을 위한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규모가 작은 중소 건설사 현장 경우 폭염 대비가 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현장에 열사병 예방 수칙을 수시로 알리고, 폭염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작업시간과 강도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조정한다. 또 근로자 개개인의 기저질환과 나이대를 파악하고 비상연락망을 배치해 현장 상황을 빠르게 전달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오후 2~5시 무더위 시간대 옥외작업 시 작업을 단축하거나 시간대를 조정하고 추가 휴식을 부여한다. 현장 전 구성원에게 폭염특보 상황을 전파하고 온열질환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작업열외권도 보장한다. 작업열외권은 근로자 본인의 판단에 의해 심신 피로나 집중도 저하, 온열질환이 의심된다면 작업열외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GS건설은 폭염주의보인 경우 전체 작업자에게 보냉제품을 지급하고 시간당 1~20분 휴식토록 관리한다. 폭염경보인 경우 옥외작업은 중지하고, 기온에 따라 옥내 일부 작업도 중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작업 중 근로자들이 상시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제빙기와 식수를 제공해 온열질환을 예방 관리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3335’ 캠페인을 시작했다. 3335는 기온이 33도를 넘으면 물, 그늘, 휴식 등 3가지를, 35도를 넘으면 물, 그늘, 휴식, 근무시간, 건강상태 등 5가지를 챙겨야 한다는 예방수칙을 줄여 표현한 것이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혹서기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올 여름 폭염이 예견되면서 건설 현장에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름철 온열질환 노동자는 총 152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23명에 달했다. 갈수록 폭염 시기가 빨라지면서 올해는 6월부터 30도 이상의 일시적인 이상고온 현상이 전망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선 건설사들의 혹서기 대책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재희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조(이하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건설사들이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도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실제 건설노조가 지난해 1135명의 건설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폭염특보 발령 시 매시간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쉬고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298명(26.3%)에 불과했다.
건설 안전 전문가는 공기단축을 위한 ‘빨리빨리’ 문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건설안전학회장인 안홍섭 군산대 명예교수는 "공사기간이 늘어나면 공사비가 상승하기 때문에 현장에선 공사기간에 대한 압박이 상당하다"며 "혹서기가 되면 노동자의 건강을 깐깐하게 체크하고 휴식을 보장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현장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안전보건 역량이 취약한 중소 건설사의 경우 폭염 대비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며 "중소 건설사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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