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발전소. 픽사베이 |
일반적으로 녹색프리미엄은 RE100(기업 사용전력의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REC는 발전공기업 등 대규모 발전사들이 의무적으로 구매한다.
대규모 발전사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이유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의무적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짐을 지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일반 기업보다 6.3배나 비싸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조달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대규모 발전사들의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비용은 눈덩이 적자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에 청구되게 돼 있는 만큼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 움직임과 괴리된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운용이 대규모 발전사들에 역차별적인 부담을 안기고 나아가 결국 전기 소비자들의 피해까지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셈이다.
녹색프리미엄과 REC는 똑같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기준으로 발급된다.
녹색프리미엄은 이미 REC가 발급된 전년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대해 이중 발급되다 보니 발급 물량이 중복으로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재생에너지 조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이 수요에 비해 공급과잉 상태를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녹색프리미엄 가격은 줄곧 하락하고 있지만 반대로 REC 가격은 급격히 오르면서 녹색프리미엄과 REC 가격 간 차이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1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달 입찰을 시작한 2차 녹색프리미엄 평균 낙찰가격은 1메가와트시(MWh)당 1만1535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재생원스톱 사업정보 통합포털에서 나타난 지난달 월평균 REC 현물시장 가격은 1MWh당 7만3218원으로 보였다.
같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것이지만 REC 가격은 녹색프리미엄보다 6.3배나 높았다.
녹색프리미엄 첫 입찰 때와 비교하면 가격차이는 훨씬 커졌다.
지난 2021년 1월 실시한 녹색프리미엄 첫 입찰 때 평균 낙찰가격은 1MWh당 1만4600원이었다. 당시 같은 기간 REC 월평균 가격은 1MWh당 3만9031원으로 2.7배 정도 높았다.
녹색프리미엄 첫 입찰 6개월 후인 지난 2021년 7월에 실시한 녹색프리미엄 평균 낙찰가격은 1MWh당 1만2900원으로 하락했다. REC 월평균 가격도 같은 기간 1MWh당 2만9542원으로 함께 떨어졌다. 녹색프리미엄과 REC 가격 차이는 2.3배 수준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이후 녹색프리미엄 가격은 다소 떨어졌으나 REC 가격은 두 배 넘게 급등하면서 그 가격 차이가 6.3배까지 벌어진 것이다.
녹색프리미엄의 경우 일반 기업의 자율적인 수요에 맡기다 보니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가격은 줄곧 곤두박질한 반면 REC는 대형발전사들의 수요가 늘면서 가격 급등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REC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증가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비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그 희소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녹색프리미엄은 단 한 번도 입찰모집물량보다 입찰참여물량이 많았던 적이 없어 줄곧 미달됐다.
지난달 실시한 녹색프리미엄 입찰에서는 총 3만4730기가와트시(GWh)를 모집했는데 이중 19.3%(6722GWh)만 입찰 참여했다.
녹색프리미엄은 RE100 수단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점도 지적됐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녹색프리미엄은 다른 RE00 이행 수단보다 압도적으로 쉽다. 녹색프리미엄이라는 게 RE100 달성을 위한 궁여지책 중 하나"라며 "실제 RE100을 이행하는 해외 대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을 인정하고 있지 않아 수요도 적고 과거 재생에너지 실적을 그냥 푸는 거니 공급도 쉽다. 가격이 7배 이상 차이 나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REC는 시장에서 계속 부족해지고 있다고 분석됐다.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줄고 발전사들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의무공급 비율은 높아졌다.
지난 2021년 태양광 신규보급량은 4만메가와트(MW)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3000MW에 미치지 못하고 올해는 2000MW 수준으로 2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설비용량 500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들은 지난해 전체 생산 발전량의 12.5%를, 올해에는 13%를 재생에너지에 수소발전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발전사들은 자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지 못하면 외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REC를 구매해와야 한다.
REC 구매비용은 한전이 전기요금에서 거두는 기후환경요금의 RPS비용으로 조달한다.
올해 기후환경요금 RPS 비용은 킬로와트시(kWh)당 7.7원으로 4인 가족 기준으로 약 2400원을 매달 내야 한다.
발전사들의 REC 구매비용이 오르면 기후환경요금도 더욱 오르는 구조다.
발전사들은 비록 REC 구매비용을 보전받지만 REC를 비싸게 구매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알려졌다.
REC를 다른 발전사들보다 비싸게 사올 경우 REC를 구매한 비용만큼 정산받지 못할 수도 있다.
REC 정산금액은 전체 발전사들의 평균 REC 조달금액을 기준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REC를 비싸게 구매했을 때 전기요금 상승을 부추겼다는 책임에서도 자유롭기도 어렵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규모 발전사 관계자는 "발전사들은 비싼 REC를 구매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RE100을 하는 건 좋지만 REC 가격을 낮추기 위해 더 적극 정부에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REC 현물시장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연구용역 결과는 이르면 올해 말 나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녹색프리미엄 같은 불명확한 제도를 통해서가 아닌 RE100을 활성화하려면 재생에너지를 적극 늘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은 "녹색프리미엄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되지 않으니 기업들이 RE100을 위해 REC를 RPS 의무대상 발전사들과 경쟁하면서 가져와야 한다"며 "대부분 해외 기업들은 RE100 달성을 위해 REC보다는 전력구매계약(PPA)을 이용해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전문위원은 "해외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이 전기요금 보다 싸다 보니 자연스럽게 RE100을 이행한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전기요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을 낮추고 RE100을 활성화하려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지금은 지원제도를 철폐하고 장애물만 높여 역주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