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전력거래소. (단위: GWh) 2023년 7,8월은 전력거래소 추정치.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올해 상반기 전력소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를 두고 잇단 전기요금 인상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 과소비를 막기 위한 전기요금 현실화의 지속 필요성이 확인된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력 거래량은 26만 4035기가와트시(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만 9881GWh보다 5846GWh 만큼 줄었다.
전력 거래량은 한국전력공사가 전력시장에서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물량으로 전력 수요 또는 소비 지표의 하나로 꼽힌다.
연도별 상반기 전력 거래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줄어든 것은 월별 전력거래량 통계가 집계된 2002년 1월 이후 20년 만에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는 코로나 시기였던 2019년, 2020년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전력 거래량이 늘었다.
전기 소매를 독점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총 전력 판매량도 줄었다. 현재 집계 가능한 올해 들어 5월까지의 판매량은 22만 6937GWh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만 9743GW보다 2806GWh 감소했다.
연도별 상반기 기준 한전의 전력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2009년, 2019년, 2020년에 이어 네 번째다.
월별 평균 최대 전력도 올해 7월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7월 평균 최대 전력이 감소한 해는 2001년 이후 올해를 포함해 2002년, 2003년, 2006년, 2009년, 2015년, 2019년, 2020년 등 8차례였다.
올해 여름도 폭염이 심하지만 전력소비가 지난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력거래소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7∼8월 평균 전력소비량은 4만 9438GWh로 지난해 여름철보다 1082GWh만큼 줄어들 전망이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최근 하루 최대 전력수요도 예상치보다 적게 나오고 있다. 상반기 경기 부진에 따른 산업용 전력소비가 줄어든 영향과 함께 요금 현실화에 따라 국민들이 전기사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는데다 여전히 한전의 적자폭이 45조원에 달하는 만큼 3∼4분기 전기요금 인상 필요하지만 상황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력소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과 일시적 저유가 국면으로 한전은 일단 3분기 흑자가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3분기(7~9월) 전기요금을 이미 동결했다.
지난해부터 모두 5번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40.4원 올라 39.6%의 인상률을 기록했던 전기요금이 일단 이번 여름에는 유지된다.
한전의 적자가 수십조에 달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 하지만 여름 폭염 등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적인 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오는 4분기 요금 역시 동결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난방비 폭탄’ 논란으로 정부는 동절기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한 것과 비슷하다.
정부가 인상에 부정적이고 내년 총선을 바로 앞둔 올해 하반기 요금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정부는 2026년까지 누적적자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네 번째로 저렴한 만큼 일시적 흑자를 이유로 현실화를 미뤄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전기 등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 우리는 요금이 너무 싸다 보니 다들 절약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원자력발전소를 더 늘린다고 하고 있다. 요금 현실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한 번에 대폭 인상하지는 않더라도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정상화할 필요성은 여전하다. 누적적자는 물론 전력망 투자, 신재생에너지 투자 여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