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윤석열 정부가 세수 펑크 위기에서 국가부채를 고려해 내년 예산을 19년 만에 가장 적게 늘리는 긴축예산으로 편성했다. 내년 4월 예정된 총선에서 다수 의석 확보가 절실한 임기 2년차 윤석열 정부와 집권 국민의힘으로선 쉽지 않은 결단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나치게 재정안정에 집착한 나머지 정부의 긴축예산으로 식어가는 성장 엔진을 돌리기엔 역부족으로 지적됐다.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 반대한 것이지만 재정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의 기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연구·개발(R&D) 투자, 국가보조금 등을 대폭 구조조정했고 복지·안전·고용 분야와 저출산 대응 예산을 늘렸다.
국가채무는 계속 늘어나 내년에 1200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됐다.
윤석열 정부 말기인 2027년에 국가채무는 140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 구조조정되는 예산안 (단위: 조원, %)
구분 | 2023년 본예산 | 2024년 정부안 | 증감 | 증감률(%) |
교육 | 96.3 | 89.7 | -6.6 | -6.9% |
R&D | 31.1 | 25.9 | -5.2 | -16.6% |
일반·지방행정 | 112.2 | 111.3 | -0.9 | -0.8% |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65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8% 증가한 수치다.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내년 예산안에 대해 "2.8%의 지출 증가율은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수준으로 건전재정을 지켜내기 위한 정부의 고심 어린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총지출 증가율(2.8%)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2022년 총지출 증가율(8.7%)은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 평균치인 5% 중반에도 크게 미치지 못할 만큼 이례적인 수준이다.
기재부는 지난 4월 ‘국세수입(세수) 현황을 발표하면서 세수 펑크를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지난 4월까지 법인세수는 3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1조4000억원보다 30.8%(15조8000억원) 줄었다.
연구개발(R&D)와 국가보조금 등을 중심으로 대폭 구조조정도 이뤄졌으나 실제 실현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R&D 분야는 예산이 올해보다 내년에 16.6%나 줄어든다.
구조조정으로 절감한 예산은 사회복지·안전 분야에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내년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올해보다 7.5% 늘었고 복지 분야만 따로 보면 증가율이 8.7%에 달한다. 공공질서·안전 예산도 6.1% 확대 편성됐다.
□ 국가채무 전망 (단위: 조원, %)
2023년 | 2024년 | 2025년 | 2026년 | 2027년 | |
국가채무 | 1,134.4 | 1,196.2 | 1,273.3 | 1,346.7 | 1,417.6 |
(GDP대비, %) | (50.4) | (51.0) | (51.9) | (52.5) | (53.0) |
예산 증가속도를 줄였지만 여전히 국가채무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채무는 내년 1196조원으로 예상됐고 국내총생산(GDP0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1.0%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개채무는 2025년 1273조3000억원, 2026년 1346조7000억원, 2027년 1417조6000억원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 역대 최저 총지출 증가율…"재정 건전화는 중장기적 지속가능성이 중요"
총지출 증가율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린 상황에서 내년 예산안의 큰 폭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그만큼 세수 여건이 녹록지 않았다는 뜻이다.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은 2.8%로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가장 낮다.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4.9%)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정부 지출이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역대 최저 수준의 지출 증가율을 고수한 끝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관리수지 적자 폭은 3.9%를 기록했다. 재정준칙(3% 이내)은 지키지는 못했지만, 가까스로 3%대에 멈춰 섰다.
추 부총리는 "돈을 써야 할 곳에는 알뜰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역대 최저 수준의 증가율을 정하고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 건전화는 가파른 긴축이 아닌 세수 기반 확충안 등을 포함한 중장기 대책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다이어트는 필요하지만,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급격한 재정 위축은 그간 재정에 의지해 온 경제 전반에 충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지출 증가율(2.8%)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2022년 총지출 증가율(8.7%)은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 평균치인 5% 중반에도 크게 미치지 못할 만큼 이례적인 수준이다.
◇ 내년 경기 불확실성 커지는데…통화·재정정책 여력 ‘빨간불’
급격한 재정긴축 기조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내년 경기 전망과도 맞물려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는 높은 청년 실업률에 부동산 업계 디폴트까지 겹치면서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의 회복세 지연은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한 것도 중국의 성장 둔화세를 반영한 결과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도 내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당장 금융시장에 큰 혼란은 없지만 역대급 한미 금리차로 금리 인상 압박이 계속되면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점점 커지는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내년 충분한 재정 여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미국의 고금리 여파로 통화정책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은 ‘최후의 보루’로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R&D 예산의 대폭 삭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성장 잠재력 육성을 목표로 중장기적 시각에서 R&D 투자가 이뤄져야 함에도 단기 성과를 기준으로 ‘재정 건전성’의 희생양이 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낮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내년 R&D 예산은 올해보다 16.6%나 줄었지만 정부가 1년 전 발표한 중기계획상 내년 R&D 예산은 4.4% 증액이었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