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가상자산업계 업황 악화로 각 코인 거래소가 실적 부진을 겪는 가운데, 거래소가 자체 보유한 암호화폐 자산 규모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산은 투자자들이 송금·거래 시 발생하는 가스비(Gas Fee)가 적립된 것으로, 거래소 측이 현금화하거나 투자에 활용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각 거래소는 이를 각종 투자자 대상 이벤트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활용처를 모색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원화마켓 거래소 수수료 매출이 전년 대비 급감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올 상반기 수수료 매출은 47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가량 급감했다. 시장점유율 2위 빗썸은 2분기 영업익·순이익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암호화폐 거래 시장 한파 충격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거래소의 자기자본 규모는 작년 말 대비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 기간 두나무의 자기자본 규모는 4000억원 가량 증가한 3조5011억원을 기록했다.
자체 보유한 암호화폐의 수량 및 평가가치가 대폭 증가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6월 말 기준 투자자 예치 자산을 제외하고 두나무가 직접 보유한 암호화폐의 평가가치는 5609억원이다. 이는 작년 말(251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뛰어오른 수치다. 가장 많이 보유한 비트코인(BTC)의 수량은 작년 말 1만126BTC에서 6월 말 1만2658BTC로 대폭 늘었는데, 이 시기 비트코인의 시세도 두배가량 뛴 것이 평가가치를 급격히 불렸다.(6월 말 업비트 기준 1BTC당 4054만7000원) 이외 보유한 이더리움(ETH), 테더(USDT)의 가치도 동 기간 대폭 늘었다.
국내 점유율 2위 거래소 빗썸이 자체 보유한 암호화폐 가치(845억원) 역시 전년 말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특히 ‘대장 코인’ 중 하나인 이더리움의 경우 두나무와 다르게 보유 수량이 감소했지만, 시세 상승에 따라 평가가치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빗썸은 작년 말 보유한 가상자산평가가치와 관련해 이번 상반기 243억원의 이익을 인식할 수 있게 됐다. 작년 말에는 966억원의 손실을 반영한 바 있다.
이같은 암호화폐 자산은 거래소가 투자 목적으로 매수·취득한 것이 아닌, 가스비가 적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비란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가 코인 송금·결제 시 발생하는 수수료의 일종이다. 비트코인을 거래할 경우 거래 규모의 일정 비율만큼의 비트코인이 가스비로 추가 지출된다. 이 가스비가 거래소의 자산으로 쌓이고, 시세에 따라 가치변동이 있을 경우 일반 증권처럼 평가가치이익·손실로 잡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보유한 코인은 현행법상 거래소 측이 매각 등 현금화할 방법이 없는 ‘그림의 떡’이다. 단 거래소가 이따금 진행하는 이벤트 등을 통해 참여 고객들에게 소량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으로 매년 돌아오는 피자데이(5월 22일)에 일부 거래소들이 가상자산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시한 바 있다. 수수료 무료 이벤트에도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를 거래소 측에서 부담할 때 보유한 코인이 소비되기도 한다.
한 원화마켓 거래소 관계자는 "이외에도 국내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휴면 고객들에 현금을 반환할 때 그 시세만큼의 암호화폐를 지급하기도 한다"며 "거래소 고유 자산보관방식인 콜드월렛과 핫월렛 간 코인이 이동할 때 발생하는 가스비도 보유 자산에서 빠져나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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