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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면 60년] 오뚜기, 내수기업 벗고 글로벌푸드로 ‘오뚝 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8 17:30

⑤ 라면 앞세워 해외매출 비중 10% 돌파
베트남법인 매출 43% 급증, 美생산공장 설립 추진
내수점유 25%대 2위…신제품 확대 30% 진입 주력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

▲미국 LA지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오뚜기 미국법인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 전경. 사진=오뚜기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에서 라면이 생산된 지 올해로 60주년이 됐다. 과거 보릿고개를 겪던 배고픈 서민들의 한 끼를 책임져온 서민음식 라면은 쌀을 잇는 ‘제2의 주식(主食)’으로 떠올랐다. 환갑을 맞이한 라면은 이제 ‘끼니 때우기’ 식품을 넘어 ‘K-푸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인의 인기식품에서 전 세계인이 간편식으로 즐겨먹는 글로벌푸드 라면으로 확장하고 있는 한국 라면의 60년 발자취와 해외시장으로 발돋움하는 라면산업의 향후 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국내 라면업계 2위인 종합식품기업 오뚜기가 라면 수출을 앞세워 ‘내수용 회사’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푸드기업으로 도약한다.

오뚜기는 그동안 약점으로 꼽히는 경쟁사 대비 ‘낮은 해외매출 비중’을 라면 수출 확대로 끌어올리고, 국내 시장에서 새 조리법을 응용한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 매출 확대의 외형성장과 수익 방어의 내실 강화라는 양수겸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해외매출 ‘마의 10%대’ 돌파…美 인프라 확대

오뚜기가 해외 사업에서 느리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해외매출 비중 마의 10%대 벽을 넘는 성과도 거뒀다. 2018년 8.8%를 시작으로 오뚜기 해외매출 비중은 이듬해 8.9%, 2020년 9.3%, 2021년 9.9%, 지난해 10.3%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고무적인 성과에 힘입어 오뚜기는 최근 미국법인인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 산하 자회사로 ‘오뚜기 푸즈 아메리카’를 설립했다. 구체적인 생산 품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현지 생산공장을 짓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회사의 설명이다.

                                                           최근 5년간 오뚜기의 해외매출 비중 추이                                                           (단위:%)
연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해외 매출 비중 8.8 8.9 9.3 9.9 10.3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 2005년 설립된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는 판매법인으로, 현재 북미 지역 대상에서 라면·소스·레토르트 제품 등을 판매, 수출하는 구조다. 인프라 확대 관점에서 일찌감치 물류센터로 활용할 거점도 마련했다. 지난해 7월 오뚜기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온타리오 소재 대규모 창고를 매입했다. 투입한 예산만 56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해외사업 축인 베트남 법인도 괄목할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오뚜기 베트남 법인의 매출액은 646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3% 늘었다. 2007년 설립된 ‘오뚜기 베트남’은 미국법인과 달리 판매·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법인이다. 수요 확대에 따라 2018년 베트남 북부 박닌지역에 공장까지 증설하면서 빠르게 매출을 늘려온 것으로 평가 받는다.

다만, 올 들어 베트남에서 다소 주춤한 성적을 보이면서 성장세가 꺾였다는 업계 분석도 나온다. 올 상반기 오뚜기 매출액은 331억원으로 전년보다 14% 줄어든 상황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상반기 베트남 법인 매출이 전년 동분기 대비 줄었으나 지난해 매출이 워낙 큰 폭으로 늘어난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현지 시장 위축에 따른 일시적 감소로 판단되고, 연단위로 보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오뚜기가 자체 개발한 ‘복작복작 조리법’을 적용한 라면 5종. 사진=오뚜기
◇신제품으로 2위 유지, 낮은 사업의존도 ‘장점’

내수시장에서 오뚜기는 시장 점유율 50%대의 농심에 이어 20% 중반대로 업계 2위에 안착했다. 2012년 10~12%대였던 오뚜기 시장 점유율은 이듬해 15%대로 뛰면서 당시 2인자였던 삼양식품을 제쳤다. 이후 2017년 25.6%로 확대된 뒤 현재까지 24~25%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력 브랜드인 ‘진라면’을 1등 제품으로 끌어올리고자 맛에 꾸준한 변화를 준 것이 점유율 확대를 견인했다. 2011~2013년 3년에 걸쳐 ‘진라면’만 세 차례 리뉴얼할 만큼 맛을 개선하는 의지가 남달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아울러 2013년 야구선수 류현진을 모델로 내세운 마케팅까지 펼치면서, 그 해 ‘진라면’ 매출만 10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점유율 30%대벽이라는 과제를 넘기 위해 새 조리법 개발에도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오뚜기가 개발한 ‘복작복작 조리법’이 대표 사례다. 라면 한 봉지 당 기존 조리법 대비 200㎖ 적게 물을 넣고 끝까지 조리하면 된다.

특히, 중간에 물을 버리는 과정을 생략해 더욱 간편하고, 라면의 진한 맛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조리법 개발과 함께 출시한 짜장라면 ‘짜슐랭’을 시작으로 기존 진짜장, 진진짜라, 크림진짬뽕, 스파게티 등 봉지라면 5종까지 확대된 상태다.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올 들어서도 내수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 1~6월 오뚜기 면제품류 매출은 4688억 원으로 전년 동기(3901억원) 대비 20.1% 늘었다. 그러나 지난 7월 1일부로 진라면을 제외한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내리면서 하반기 실적 부담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오뚜기는 전체 매출의 약 90%가 내수 시장에서 나오는 기업이다. 농심·삼양식품·팔도 등 경쟁사들의 해외매출 비중이 40~60% 대에 포진된 점을 고려하면 가격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는 업계 지적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전체 매출에서 라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30% 정도로, 사업 의존도가 낮아 가격 인하에 따른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수 비중이 다소 큰 점도 매년 해외매출 비중이 늘고 있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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