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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9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학술회의(ESMO Congress 2022) 개막식 모습. 사진=ESMO 공식 홈페이지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국산 항암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알리고 해외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항암제 분야는 다른 산업과 비교해 신규 개발이 까다로운 반면에 일단 출시하면 조 단위 매출이 가능하기에 국내외 품목 허가 또는 임상 단계에 있는 다수의 국산 항암신약이 내년 이후 매출 규모와 위상에서 한 단계 수직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높아지고 있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오는 10월 2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막하는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인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학술회의에서 파트너사 얀센과 함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병용투여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한다.
이 발표는 전체 폐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서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과 얀센의 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투여 시험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발표 내용에 따라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같은 해 출시가 기대된다. 출시 후 3~4조원의 글로벌 매출과 수천억원의 유한양행 영업이익(단계별 기술료 수입)도 기대된다.
신라젠은 학술회의에서 항암바이러스(암세포 내에 침투·번식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바이러스) ‘펙사벡’과 리제네론의 면역관문억제제 ‘리브타요’의 병용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한다.
이 발표는 신장암 대상 임상 결과로, 2019년 데이터 정확성 문제로 펙사벡 임상을 중단했다가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과의 공동개발로 재기의 불씨를 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견제약사 HLB도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리보세라닙’의 미국 FDA 승인을 목표로 지난 8월 FDA의 생산시설 현장실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번 ESMO 학술회의에서 대장암 임상 1상 결과 발표와 유럽 파트너사 물색도 추진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주요 항암신약 개발 현황 | |||
기업 | 항암제(성분명 또는 프로젝트명) | 적응증 | 개발단계 |
유한양행 | 렉라자(레이저티닙) | 비소세포폐암 | 임상 3상 완료 |
한미약품 | BH3120 | 면역항암 | 임상 1상 진행 |
종근당 | CKD-516 | 대장암 | 임상 1상 진행 |
HK이노엔·동아ST |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분해제 | 비소세포폐암 | 전임상 |
신라젠 | 펙사벡 | 신장암 | 임상 2상 완료 |
HLB | 리보세라닙 | 대장암 | 미 FDA 허가 신청 |
박셀바이오 | Vax-NK | 간암 | 임상 2a상 완료 |
메드팩토 | 벡토서팁 | 대장암 | 임상 2상 진행 |
자료:개별기업 |
한편, 국내 항암신약 개발기업군으로 한미약품은 자체개발 플랫폼을 이용해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한미약품은 하나의 항체가 두개의 표적에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 ‘펜탐바디’를 적용,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면역치료제를 결합한 차세대 면역항암제 ‘BH3120’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난 5월과 8월 미국 FDA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각각 임상 1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다.
종근당 역시 혈관괴사를 통해 암세포 분화를 억제하는 대장암 치료 신약 ‘CKD-516’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고, HK이노엔과 동아에스티는 표적단백질 분해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공동개발 중이다.
바이오벤처 중에서는 박셀바이오가 지난 14일 간암 치료제 ‘Vax-NK’의 임상 2a상을 완료하고 식약처 조건부 허가 및 임상 3상을 추진 중이며, 메드팩토는 전이성 대장암 치료를 위해 자사의 항암제 ‘벡토서팁’과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병용요법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는 매년 10건 이상의 항암제를 승인하지만 그동안 국내 제약사가 항암제 분야에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사례는 없다. 지난해 9월 한미약품이 FDA 승인받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신약 ‘롤론티스’가 암환자 등의 호중구(백혈구의 일종) 감소증에 쓰이지만, 항암제 분야에서 우리 제약사의 글로벌 존재감은 미미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이후 국산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가 탄생하면 글로벌 위상과 함께 수년간 침체됐던 국내 제약바이오 투자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