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 보복으로 8일(현지시간) 가자시티에서 건물들이 붕괴된 모습(사진=EPA/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중동지역을 둘러싼 정세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를 겨냥해 대대적인 로켓포 공격을 감행하면서 가정집이나 공공건물에 들어가 인질을 잡기도 했다. 이스라엘군도 보복에 나서면서 양측 사망자가 하루 만에 11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한 가운데 이슬람 사이파 맹주이자 이스라엘의 앙숙인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이번 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 이스라엘 "전쟁 선포"…지상군 투입 임박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각은 8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재한 회의를 열고 하마스에 대한 전쟁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중대한 군사 행보에 나서게 됐다며 하마스의 군사 기반시설을 해체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IDF) 대변인은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에 가자지구에서 지상작전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는 계엄령 하에 있다. 수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했고 앞으로 수십 만명까지 늘려 남부사령부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날 24∼48시간 안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읽힌다.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대치중인 이스라엘군(사진=EPA/연합) |
◇ 하마스 대변인 "이스라엘 확전 안 멈추면 휴전 논의 불가"
하마스는 이스라엘 공습을 ‘알아크사 홍수’ 작전이라고 정하면서 이번 전쟁의 책임을 이스라엘로 돌리고 있다.
하젬 카셈 하마스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에 "누가 주도권을 쥐게 될지는 전황이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무력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분쟁 조정 방안을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휴전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카셈 대변인은 "생포된 이스라엘 병사들에 대한 협상은 ‘알-아크사 홍수’ 작전이 끝난 후에 진행될 것"이라며 "이 문제(포로 협상)는 알카삼 여단의 책임하에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알카삼 여단은 하마스의 산하 무장조직이다.
칼리드 카도비 하마스 대변인은 전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사람들, 그리고 알아크사 같은 성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만행을 중단시켜달라"며 "이 모든 것이 이번 전투를 시작한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가 발사되고 있다.(사진=AP/연합) |
◇ 이란 지원 헤즈볼라 투입…미국은 이스라엘 전폭 지원
이런 상황에 헤즈볼라는 이날 레바논 및 시리아와 접경한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점령지 ‘셰바 팜스’(Shebaa Farms)에 여러 발의 로켓과 박격포를 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저항군에 연대하는 차원에서 우리 전사들이 오늘 아침 레바논의 셰바 팜스 인근에 있는 시온주의자 군대를 공격했다. 포탄이 이스라엘군 레이더를 타격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란의 ‘대리 세력’(Proxy)으로 부르는 시리아, 예멘, 이라크 등의 무장세력까지 전쟁에 가담할지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이란이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을 승인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 장교들이 지난 8월부터 하마스와 협력하며 지상과 해상, 공중으로 이스라엘을 급습하는 방안을 고안했고, 이란혁명수비대와 하마스·헤즈볼라 등 4개 무장단체가 참석한 여러 차례 베이루트 회의에서 세부사항이 개선됐다고 한다.
가지 하마드 하마스 대변인도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이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았다면서 "이란은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이 해방될 때까지 우리 전사들과 함께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하마스 테러리스트에 의한 전례 없는 끔찍한 공격에 직면한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에 대한 완전한 지원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도 "하마스 테러리스트에 의한 전례 없는 끔찍한 공격에 직면한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에 대한 완전한 지원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의 동지중해로 이동시키는 등 항모전단을 이동 배치하고 F-35 등 역내 전투기 편대를 증강하기 위한 조치도 했다.
▲원유시추기(사진=AFP/연합) |
◇ 미-이란 대리전 우려…폭락했던 국제유가 4% 넘게 급등
한편,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국제유가는 개장 후 약 4% 급등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9일 오전 11시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 선물 전 거래일 대비 4.35% 급등한 86.39달러를 기록중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니어서 양측의 충돌이 원유 시장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하지만 이번 무력 충돌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할 경우 이란이 전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세계 경제가 침체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에 지난 한 주에만 9% 가까이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