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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횡재세 논란] "과도한 이익, 법으로" VS "투자·성장 제약"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01 08:34

민주당, '초과익 40% 기여금 징수' 횡재세법 발의

코로나로 취약층 힘든데…은행은 역대급 이익 지속



"민간 기업 이익 회수, 법으로 강제하는 건 과도"

"경영활동 위축, 국가경제 발전에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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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지난해 말 은행권이 ‘2조원+α’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층을 지원하는 상생금융안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처럼 은행권이 2조원이 넘는 상생금융안을 내놓은 것은 금융권의 화두가 된 횡재세 논란과 연관이 있다. 횡재세(Windfall tax)는 정상 범위를 넘어선 이익을 거둔 법인 등에 대해 일반적인 법인세 외에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세금이다. ‘뜻밖에 재물을 얻는다’는 뜻의 ‘횡재’란 단어를 붙여 과도한 수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란 뜻으로, ‘초과이윤세’라고도 불린다.

정치권에서는 금융권에 횡재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은행은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른 흐름을 타고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인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이 거둔 이자이익은 44조원을 넘어선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기업 차주들은 대출 이자를 내기도 버거운 상황인데 은행들 배만 불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사의 막대한 이익 증가를 둘러싼 비판 속에서도 횡재세 도입은 지나치다는 반대 목소리는 적지 않다. 민간 기업의 이익에 강제로 세금을 물리는 횡재세의 성격이 시장경제 체제의 작동 원리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기 위해서는 상생금융 등 자율적인 방법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민주당 횡재세법 발의 "국회 입법 통해 지속가능하게 해야"


지난해 11월 14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이른바 횡재세 법안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사가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수익을 얻으면 해당 초과이익의 최대 40%를 ‘상생금융기여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 55명이 법안 발의에 참여하며 사실상 횡재세 법안은 당론으로 추진됐다. 횡재세가 도입되면 은행권에서 약 1조9000억원의 횡재세가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주 의원은 "정부가 강제로 은행에 기부금을 내도록 하는 것 대신에 국회가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에 따라서 입법을 통해 제도화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에 이번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횡재세 도입은 지난해 초 논의가 시작됐다가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은행의 역대급 이자이익이 지속되면서 은행의 이자장사 비판이 재점화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2% 늘었다. 이자이익은 44조2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8.9% 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은행권의 순이익과 이자이익 증가는 과도한 이자장사 때문이란 것이 정치권의 인식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때 기준금리가 0.5% 수준까지 낮아졌다가 2021년 8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총 3%포인트(p)가 올랐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이 ‘땅 집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통해 과도한 수익을 올렸다는 비판이 크다. 대출 차주들은 높아진 금리에 시름을 하고 있는 상황과 반대로 은행에서는 과도한 이익을 벌면서 그 돈으로 성과급 잔치까지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표도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 사태, 경제 위기 사태에서 위기 덕분에 특별한, 과도한 이익을 얻는 영역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에너지 기업들일 것"이라며 "고금리로 고통받는 국민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고에너지 물가 때문에 고통받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 "민간 기업 이익 회수 강제…경쟁력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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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횡재세 법안을 두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간 기업의 이익을 회수하기 위해 법으로 강제성을 띠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당장 금융당국부터 횡재세 법안의 강제성을 우려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횡재세 법안에 대해 "금융환경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정말 많다"며 "(금융사들이 금융환경에)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법을 통해서 하는 것보다는 업계와 당국간 논의를 통해 하는 게 훨씬 더 유연하고 세부적인 상황까지 좀 챙기면서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금융권 관계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은행에 공적인 성격이 강요되고 있지만 엄연한 민간 기업인 데다, 부정한 방법이 아닌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번 이익에 세금을 매긴다면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경쟁력도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 중 누가 돈을 많이 벌려고 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며 "기업의 근본적인 이유는 최대 이익 추구인데, 횡재세가 도입되면 어느 기업이 무리해서 인프라에 투자를 하고 개발을 할까. 금융사가 제조업은 아니지만 여러 분야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위축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횡재세가 금융에 적용되면 정유 등 다른 산업을 대상으로도 확대될 것"이라며 "법안이 도입되면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고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 수익이 ‘횡재’라는 부분에는 동의하기 힘들다"며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힘들 때 은행 자금이 들어갔는데, 은행 자금 투입이 가능했던 것은 초과이익이라고 말하고 있는 수익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은행이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를 받거나 수익을 높여야 하는데 수익을 더 벌지 말고 제한을 해버리면 더는 성장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며 "자본 버퍼가 있어야 해외에서도 뭔가를 시도해보고, 다른 금융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데 그걸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산업이 위축될텐데 장기적으로 국가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횡재세 도입이 이중과세, 재산권 침해, 평등권 훼손 등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김성주 의원은 "이중과세나 소급 입법 논란이 없는 부담금을 통한 방식"이라며 "은행업은 일종의 과점 상태인데 과도한 이익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은행지주 회장을 불러 다그치는 방식이 아닌 국회가 법을 통해 제도화하는 것이 더 예측 가능하며, 불필요한 이중, 삼중 부담도 없앨 수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의 과도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는 만큼 상생금융 등 자율적인 방식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은행권은 횡재세 논란 속에서 금융당국 압박에 따라 지난달 21일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2조원+α 규모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자 환급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이자 환급 금액은 대출금 2억원 한도로, 1년간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감면율)를 지급한다. 차주당 총환급 한도는 3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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