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슈퍼차저에서 고객들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전기자동차와 이차전지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바쁘게 움직여온 재계 주요 기업들이 저마다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해진데다 테슬라, 중국 브랜드 등을 필두로 ‘출혈경쟁’ 조짐이 일어나면서다.
29일 재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어닝쇼크’의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고 밝혔다. 예상만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데다 중국 브랜드발 ‘저가 공세’ 등 탓에 수익성 확보도 어렵기 때문이다.
볼보 산하 폴스타 역시 지난 26일 글로벌 시장에서 인력을 15% 가량 줄인다고 선언했다. 전기차 시장 여건이 어렵고 판매 감소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포드는 앞서 전기 픽업트럭 ‘F 150 라이트닝’ 생산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미국 최대 렌터카 업체인 허츠는 지난 11일 자사가 보유한 전기차의 약 3분의 1을 매각하고 이를 내연기관 차량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40억달러(약 5조3500억원)를쓰는 전기 트럭 공장 개설을 1년 연기하기로 했다.
판매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상황도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평가다. 현지 전기차 판매는 2022년 540만대로 전년 대비 84% 급등했지만 작년에는 증가율이 25%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성장률이 기대 이하인데 업체들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BYD(비야디) 등이 해외 생산거점을 늘리며 물량 공세를 펼치자 테슬라도 연이어 주력 모델 판매가를 낮추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 인하 또는 할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업체들은 납품가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LG엔솔을 포함한 협력업체들과 공급 단가를 재협상하겠다고 공식화한 상태다.
▲현대차 울산공장 전기차 생산라인. |
악재 속 우리 기업들은 일단 ‘정공법’을 준비하고 있다. 일찍부터 전동화 전환에 공을 들여온 현대차는 ‘속도 조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2030년까지 20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는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판매 목표도 30만대로 작년 대비 12% 올려잡았다.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도 이르면 올해 3분기 가동을 시작한다. 기아는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EV9을 생산하는 등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LG엔솔도 최근 실적설명회에서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기대 이하인 20% 중반 수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투자는 줄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장승권 LG엔솔 재무총괄은 "올해 지난해(10조9000억원)와 비슷한 금액을 신규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 SK, 포스코, 롯데 등 전기차 전후방 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기업들도 일단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에 따라 점유율 확대 등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변수는 ‘트럼프 리스크’다.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국제 무역질서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그간 미국과 중국간 경쟁구도 속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적응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준 덕분에 우리 전기차와 이차전지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올 경우 IRA 폐지 또는 대폭 수정, 무역장벽 강화 등이 현실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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