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인터배터리 2024'가 개막한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시장은 미래 2차전지 시장을 이끌 제품과 기술을 살펴보려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인터배터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2차전지 산업 전시회로 올해는 미국·일본·중국 등 전 세계 18개국 579개 기업과 기관이 참가했다.
K-배터리에 대한 관심은 관람객 수로도 나타났다. 이날 한국배터리산업협회(KBIA)에 따르면 올해 사전 등록 인원은 4만2872명으로 전년 대비 77% 급증했다.
삼성SDI는 부스에 'PRiMX(프라이막스)'가 쓰인 검은색 공을 뽑는 기계를 배치했다.
이날 부스를 찾은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등에게 프로토 샘플 생산 등 전고체배터리(ASB) 양산 로드맵도 공개했다. ASB는 화재 위험성이 낮고 주행거리가 길어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앞서 관련 사업화 추진팀을 발족했고, 올해부터 2026년까지 셀 대형화·성능 개선·생산 공정 검증 등을 거쳐 2027년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삼성SDI는 ℓ당 900Wh급 에너지 밀도를 지닌 제품을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현재 양산 중인 P5 각형 배터리 대비 40% 가량 높다.
이를 위해 고체 전해질 소재를 개선하고 무음극 기술로 양극재를 추가한다는 구상이다.
2026년 9분 만에 8% 수준의 셀을 80%까지 충전하는 초급속 기술도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2029년을 목표로 20년간 사용 가능한 장수명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올 연말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도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 배터리 박스(SBB)' 등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업도 선보였다. 삼성SDI는 ESS 수주시 현지에서 연결 후 바로 사용 가능하도록 완제품 형태로 이송한다.
SK온은 부스 중앙에서 지역별, 글로벌 생산거점 위치와 생산력을 볼 수 있도록 지구본 모형과 스크린 등을 배치했다.
처음으로 ESS도 선보였다. 출력·충전량·고장 여부 등 개별 셀 및 모듈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 가능한 것이 특징으로, 이번에 선보인 모델에는 5MWh LFP DC 블록이 적용됐다.
저온 성능을 개선한 '윈터프로 LFP' 배터리도 공개했다. 비수세 공법 등 하이니켈 배터리의 양극 활물질 제조 기술도 소개했다.
고용량 실리콘과 저저항 흑연 등에 힘입어 15분 만에 셀 충전도를 8%에서 80%로 끌어올리는 SF+ 셀도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참가업체 중 가장 큰 규모(약 540㎥)의 부스를 꾸렸다. 파우치형 셀투팩(CTP) 기술도 처음 공개했다.
CTP는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에 셀을 직접 조립한 방식으로 에너지 밀도와 배터리 무게 및 비용을 개선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위해 팩 단위 구조 강성을 확보하고 열전이 지연 소재 및 구조를 적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셀·모듈·팩이 장착된 이스즈 '엘프' 전기 상용차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리튬인산철(LFP) 표준화 전력망 ESS 라인업의 첫번째 제품 JF1 DC-Link 및 주택용 ESS 신제품 enblock S 등도 볼 수 있었다.
고전압 미드니켈 등 보급형 시장 공략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노력도 알렸다. 전고체배터리·리튬황전지·리튬메탈전지 등 차세대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기술 및 제품 등도 소개했다.
에코프로 부스에서는 김윤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사장이 VIP 일행을 맞았다. 에코프로는 포항캠퍼스를 2만대 1 비율로 줄인 모형을 부스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 최초로 양산한 단결정 하이니켈 양극소재와 '친환경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 관람객들도 포착됐다.
나트륨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 및 고체 전해질 등 통합 2차전지 소재사로 도약하기 위한 '추진 로켓' 등도 소개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퓨처엠이 '대표 선수'로 나오는 방식에서 포스코홀딩스가 주도하는 형태로 전환했다. 양·음극재 뿐 아니라 리사이클링과 차세대 소재 등 밸류체인 전반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소재회사의 아이덴티티를 살리기 위해 부스 곳곳에 광산을 형상화한 것도 눈에 띄었다. 포스코그룹은 글로벌 탑3 리튬회사 도약 등 2차전지 소재사업 강화를 위한 로드맵도 실행 중이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총괄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리스크 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 구간에 진입했으나, 주문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괄은 “수주 물량을 베이스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리튬 사업도 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단결정 양극재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