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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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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SMR…K원전, 640조 글로벌 시장 선점 ‘총력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12 14:51

[기획] K원전 르네상스 온다(중)

SMR, 대형원전 대비 안전성·비용절감·입지 제한 없어

국제적으로 너도나도 선점 전략…한국정부도 투자 늘려

국내 개발 상용화 가능성 여전히 미지수…인식개선도 요구

대형건설사, 글로벌 기업과 시장선점 위해 우선 파트너십 체결

홀텍 소형원전 조감도. 홀텍

▲홀텍 소형원전 조감도. 홀텍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반한 원자력발전소의 축소판 소형원전모듈(Small Modular Reactor·SMR)이 국제 에너지계의 '게임체인저'로 부각되고 있다. 안전성·경제성이 입증 안돼 여전히 연구개발(R&D)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원전 시공기술력이 검증된 대형건설사들이 일단은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 SMR 국제적 개발 열풍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탄소 중립의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방사능폐기물처리장이 갖춰진 것을 전제로 원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SMR에 대한 R&D가 활발하다.SMR은 대형원전 대비 3분의 1 수준(300MW)의 전기를 출력할 수 있는 소형 원자로를 말한다. 빠른 시일내 건설이 가능하고 냉각수가 필요없어 바닷가가 아닌 사막·극지 등 내륙 어디에나 지을 수 있다. 일체식이어서 대형원전보다 안전하며 수소 생산에 활용할 수 있어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는 SMR 시장이 2035년까지 6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해외 유수 기업이 SMR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뉴스케일파워와 빌 게이츠 설립기업 테라파워가 대표적이다. 중국도 SMR '링룽원' 모듈화 제작 완료에 들어갔고, 러시아는 최초로 해상 부유식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는 2028년까지 한국형 SMR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민생토론회에서 내년 SMR 관련 R&D 예산을 올해보다 9배 늘린 600억원 가량 배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문제는 아직 상용화하기엔 기술 성숙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소형 원전의 첫번째 모델인 SMART도 1997년 개발 시작을 해 5000억원 이상 자금이 투입됐고 2012년 세계 최초 표준인가 획득과 더불어 2015년 사우디와 공동개발까지 추진했지만 여전히 상용화되지 못한 상태다. 무엇보다 경제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적이 없다. 300MW급 이하의 SMR이 기존 원전을 대체하려면 여러 곳에 많은 수를 건설해야 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기존 대형 원전은 커녕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보다 비싸다. 유연 가동 기술도 충분하지 못하고 소듐 냉각 방식 등 현재의 SMR 방식은 폭발 위험성이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 SMR이 다수 가동될 경우 핵폐기물이 더 빨리 증가한다는 것,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뚫고 전국 곳곳에 SMR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도 난제다.





◇ 국내건설사, 세계 시장 선점 나서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의 선행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나서는 방법을 택했다.


현대건설은 미국 원자력기업 홀텍사와 손을 잡고 SMR을 공동개발 중에 있다. 홀텍사의 상세설계가 정부승인을 받고 인허가가 나면 현대건설이 독점으로 시공할 수 있게 된다. 상용화는 2028년 정도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도 뉴스케일파워에 7000만 달러를 투자해 루마니아에 SMR을 건설하기 위한 법인 설립에 나서고 있다.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 CCUS에 집중하는 DL이앤씨도 SMR사업 확장을 위해 테라파워에 2000만 달러 전략적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또 현대엔지니어링은 북미와 유럽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SMR보다 더 소형인 초소형모듈원자로(MMR) 건설을 위한 실증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SMR로 당장 수익 실현은 어려운 단계이고, 안전성 검토도 우선돼야 하는 실정"이라며 “현재로선 향후 상용화 시 바로 시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글로벌 원전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것이 최선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최근 무분별하게 지어지는 데이터센터가 전력 먹는 하마로 취급받는 상황에서 SMR이 전력망을 감당할 수 있는 하나의 인프라가 될 수 있다"며 “우선적으로 대형원전보다 안전이 3~5배 정도 우수한 만큼 국민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상용화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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