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전직 행장들이 금융권 이사회에 핵심 멤버로 발탁되면서 기업들의 지배구조 강화에 일조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최대주주인 국책은행이면서도 시중은행들과 포트폴리오가 유사하다.
이에 금융사들은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업은행 전직 행장들을 사외이사로 발탁해 정부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은행 내부적으로는 KT&G의 최대주주로, 경영진 감시 및 견제의 역할을 수행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기업은행장, 금융권 '사외이사' 핵심 멤버 발탁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전직 행장들은 현재 주요 금융사 사외이사진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KB금융지주다.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은 최근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발탁됐다. 권 전 행장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제24대 기업은행장을 재임하며, '우리나라 최초 여성 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했다. 2020년 3월부터 K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합류했으며, 현재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권 전 행장은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이사회를 견제, 균형의 원리에 따라 원활하게 운영하고자 KB금융 경영진 및 사외이사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은 올해 3월 하나은행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김 전 행장은 1985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권선주 전 행장에 뒤를 이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제25대 기업은행장을 역임했다. 하나은행은 김도진 전 행장이 신입 행원부터 은행장까지 역임하며 축적한 은행 산업,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이사회 주요 안건에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객관적이고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DB손해보험은 최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제24대 외환은행장, 제22대 기업은행장을 지낸 윤용로 전 행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윤용로 사외이사가 금융 분야의 풍부한 감독행정 경험과 금융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 폭넓은 금융지식을 보유한 만큼 대주주, 다른 이사로부터 독자적으로 경영감독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게 DB손해보험의 분석이다.
기업은행, 정부와 네트워크...리테일 영업 강점 부각
통상 금융사 주요 요직을 지낸 인물들이 금융지주사 이사회 멤버로 선임되면 현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나 경영진에 대한 통제, 감독, 감시의 역할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나 IBK기업은행의 경우 국책은행이면서도 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과 달리 리테일 영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특수성이 있다. 전직 기업은행장이 타 국책은행장보다 시중은행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부와의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입장에서 금융권 경영진에 회사가 처한 상황, 향후 대응방안 등을 조언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이사진 스스로) 금융업에 대한 풍부한 인사이트, 현장 경험을 보유해야 한다"며 “CEO를 역임한 분들은 (교수 등 다른 후보군보다) 이사회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최적의 인물"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전직 행장들의 사외이사진 발탁과 별개로 KT&G 최대주주(지분율 7.11%)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말 열린 KT&G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손동환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KT&G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손동환 교수는 대법원 재판연구원,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하며 경제법, 공정거래법, 상법 등 전문가로 불린다. 기업은행은 KT&G와 같은 소유분산 기업의 경우 이사회의 역할과 견제 기능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주주들의 의견을 대변할 이사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기존 KT&G 사외이사진은 모두 KT&G가 추천한 사외이사로, 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기업은행이 제안한 손동환 교수가 KT&G 사외이사로 최종 선임된 것은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기업은행의 이번 주주 제안 사외이사 선임은 현재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한편,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이사회 역할을 거듭 주문하는 와중에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할 때는 이사회 구성의 전문성, 다양성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인물을 추천한다"며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타 금융사 입장에서 전직 기업은행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