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은 바로 홍성·예산 지역구다. 홍성·예산은 국민의힘이 '텃밭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험지 탈환'에 사활을 건 지역구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충남도지사를 지낸 양승조 후보를,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실 초대 시민사회수석 출신인 강승규 후보를 단수 공천했다.
홍성·예산은 전통적으로 보수정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구다.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부터 30년 넘게 보수정당이 단 한번도 자리를 내준 적 없는 곳이다.
과거 신행정수도 공약을 내세운 노무현 후보의 영향으로 충남 전체에서 민주당계 정당이 승리했던 16대 대선에서도 보수정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승리했을 만큼 진보 진영이 발을 디디지 못한 험지 중의 험지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내포신도시로 유입되는 인구의 60~70%가 외부 지역에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0대 이하 젊은 인구의 이주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을 비롯한 범 진보 진영이 홍성군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의 승부를 속단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 충남 홍성·예산 지역구 주요 총선 출마자
민주당에서는 4선 국회의원에 충남지사까지 역임한 양승조 후보를 공천했다. 양 후보는 4선 의원과 도지사를 역임하면서 충남을 떠난 적이 없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후보로 천안시갑에 출마해 국회에 첫 입성한 뒤, 18·19대까지 내리 당선되면서 3선 고지에 올랐다. 이후 2016년에는 천안병으로 지역구를 옮겼음에도 경쟁자를 꺾고 금배지를 다는데 성공했다.
양 후보는 충남지사로 일하는 4년 동안 내포 신도시에서 거주하면서 홍성·예산 곳곳의 종합 행정과 지리를 뀄다고 강조한다. 종합스포츠센터나 도림미술관, 예술의 전당, 종합병원 유치 등 예산군과 홍성군의 발전을 위해서 “큰 일을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한 강 후보도 만만찮은 상대다. 우선 강 후보의 고향이 이 지역구의 일부인 예산이다. 예산을 중심으로 이 지역구에 직접적인 연고가 있다. 제18대 국회의원 및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초대 시민사회 수석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중앙 정부에서 일해본 경험을 내세우며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선도 모델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섰다.
강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2년 서울시장일 당시 서울시 공보관으로 발탁돼 청계천 복원, 대중 교통 혁신 등 관련 시민과 소통하는 일을 맡았다.
제18대 총선에서는 서울 마포갑에 출마해 노웅래 통합민주당 후보를 꺾어 주목을 받았다. 2022년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 임명돼 1년 7개월 간 근무했다.
두 후보 간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는 홍성·예산 지역구 총선에서 36년 '보수 불패' 기록이 깨질지, '진보 무덤' 악연이 이어질지에 충청권은 물론 전국적인 눈길이 쏠리고 있다.
두 후보는 공통적으로 저출생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처한 홍성·예산에 활력을 불어넣고,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양 후보는 4선 의원과 충남지사 등을 지냈던 경험과 인지도를 내세우며 선거 운동에 나섰다. 양 후보는 수도권 과밀화·저출생 위기·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법인세 지방 차등화를 추진해 지방정부 재정을 확보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 홍성은 역세권 도시개발 사업, 홍주읍성 복원·전통시장 공영주차장 건설을, 예산은 충남방적 부지와 중앙프라자·삽교프라자 등 방치건물 재활용하고 대형 숙박시설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포신도시 발전을 위해 혁신도시발전청을 신설하고 주거 부담 완화를 위한 '더 행복한 주택' 전국화, 국립공주대 예산캠퍼스 의대 설립과 대학병원 신설, 농어업인 소득 보장 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농어업인 소득보장 2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농어업인 소득보장도 꾀할 방침이다.
국립의대는 공주대 예산캠퍼스에, 종합병원은 내포에 설립해 충남의 의료 취약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역철도망 조기구축 △서해선의 경부선 KTX 직결 추진 △KBS충남 방송국 설립 등도 공약했다.
강 후보는 수도권과 연계해 지역발전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집권당 후보로서의 강점을 앞세웠다.
강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국정철학을 힘 있고 빠르게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광천시장-홍성시장-예산시장을 잇는 원도심 부활 상생 벨트 조성, 내포신도시 기회발전특구 조성, 폐 철도 부지를 광천시장과 연계한 공원 조성과 주차장 활용 등을 약속했다.
청년들에게 지방상생교통카드를 제공하고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의료·복지 기능이 있는 복지센터로 전환하겠다고 제시했다.
기존 유치 대상 공공기관을 33곳에서 44곳으로 늘려 중점 유치 대상 공공기관을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내포신도시 명품 학군 만들기△명문 학원가 조성 △대기업유치 △공공기관 조속 이전 △서해선과 경부선 KTX 직결 교통비 70% 지원 지방 상생 교통카드 제공 등도 약속했다.
정부와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국립의대를 충남지역에 유치하고 종합병원도 조속히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쟁쟁한 두 상대가 맞선 만큼 여론조사 결과도 박빙이다.
대전MBC가 여론조사 기관 '(주)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달 17~18일 홍성·예산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총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양 후보 44%, 강승규 국민의힘 후보 41%였다. 두 후보의 격차는 3%포인트로 오차 범위 내다.
이 조사는 무선 휴대전화 가상번호 비율 100%의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