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증가·1인가구 증가로 당분간 영향 無
생산가능인구 ↓·양극화 심화되며 장기적 하락
인구절벽 시대,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부동산 시장의 향배다. 집값이 유지될 것이라는 주장과 장기적 대세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 “인구감소 영향 당분간 집값에 영향 없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향후 20~30년간 급격한 인구감소가 예상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단 인구가 극단적으로 줄어도 1인 가구 증가, 이민·노동력 유입 등에 따라 집값에 끼치는 영향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1인가구는 1002만1413가구로, 인구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00만가구를 넘었다. 2020년 860만4128가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1인가구수는 4년 만에 약 16.5% 증가했다. 현재 1인가구는 우리나라 총 가구수(2400만2008가구)의 무려 41.8%를 차지한다. 이처럼 1인가구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향후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주택 수요는 유지될 수 있다. 2020년 2073만1000이었던 전국 총가구수는 2039년 2387만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초고령화는 1인 가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8.7%인데, 곧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72년 고령자 인구가 전체 47.6%까지 늘어난다. 이는 1인 가구 증가로 직결된다. 현재 1인 가구를 연령별로 나눠보면 60대(183만1705가구)가 전체의 약 18.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과 이민·노동력 유입으로 부동산 폭락 사태는 막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우리나라보다 면저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도 과거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해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는 이른바 '아베노믹스' 정책으로 인해 도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데도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독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서구권 국가들 또한 저출산 고령화를 경험했지만 이민 확대 정책 등으로 인구를 유지하자 경제가 회복하며 집값이 오르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서구권 국과들과 같은 경제 및 이민 정책을 통해 부동산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장기적 하락세 이어지며 양극화 불가피"
반면 장기적 관점에서의 인구감소는 부동산시장 하락세에 영향을 주며 이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 또한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인구소멸로 인해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부동산 거래 주수요층이 모두 포함된 생산가능인구(15세~64세)가 줄어들면 집 살 사람이 사라진다. 실제 2022년 3674만명이었던 생산가능인구는 2072년에는 1658만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통계청은 전국 총가구수가 2039년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 감소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2040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50년에는 2284만9000가구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빈집 문제도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의 경우 현재 빈집 수가 800만가구에 달하며, 2040년에는 1500만~2000만가구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조업 붕괴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미국 디트로이트는 2014년~2020년 사이 2만가구에 달하는 빈집을 철거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인구 감소로 인해 빈집과 버려진 땅이 늘어나며 결국 부동산시장이 기능을 멈추는 수준까지 갈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고령화 및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건설인력 수급이 힘들어지고, 인구 부족으로 지방소멸이 가속화돼 슬럼화가 일어나면서 지역간 양극화 심화, 자산가치 하락 등의 이러난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수도권과 주변 베드타운 및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되며 집의 가치가 없고 토지 가치만 살아있는 '깡통집'이 늘어날 수 있다. 대도시 내에서도 교통 및 입지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경제 규모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국민 소득까지 정체에 빠지는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되면 과거와 같이 급격하고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일어날 확률은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서울 및 수도권에 공급물량이 집중되고 있는데, 향후 인구감소가 심화되면 이러한 물건에 대한 수요자 또한 줄어들 것이고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인구에도 한계가 올 것"이라며 “지금처럼 공급과잉이 계속되면 향후 이 물건들에 대한 재건축이 힘들어질 것이다. 서울·외곽·지방간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질 것이며 장기적 하락추세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