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 인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산시설 건설 관련 미국 정부 '보조금 리스크'를 일단 해소한 상황에서 사업 고도화를 위한 첫 과제가 인력 확보기 때문이다. 현지 대학과 협업을 강화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TSMC, 인텔 등도 비슷한 처지라 고급인력을 둘러싼 쟁탈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와 연계해 '미국 텍사스대학교'(UT)에 370만달러(약 51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인력 양성을 위한 기부금 명목으로 100만달러(약 14억원)를, 학교 연구개발 투자 차원에서 270만달러(약 37억원)를 쓴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하는 금액은 총 450억달러(약 63조원) 수준이다.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은 더 큰 규모로 생산라인을 조성하고 있다. 인텔은 1000억달러(약 139조원) 이상을, TSMC는 650억달러(약 90조원) 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문제는 '빅3'가 몸집을 키우는 데 인력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2030년까지 반도체 관련 일자리가 미국에서만 11만5000개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학위 수여율 등을 감안했을 때 인력 부족분은 6만7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찍부터 TSMC 출신 인재를 삼성과 인텔이 앞다퉈 데려오려 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각종 복리후생이나 연봉 등을 높게 제시하며 삼성 측 인사에도 입김을 넣고 있다고 전해진다.
국내에서 인재를 육성해 현지로 보내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특성화 대학을 추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내 수요를 따라가기도 벅차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0년 이후에는 한국에서만 반도체 인력이 13만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반도체 관련 고급인력 확보는 계속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올 경우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철회를 포함한 예상 밖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간)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투자하는 삼성전자에 반도체법에 의거해 보조금 64억달러(약 8조9000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보조금은 인텔(85억달러)과 TSMC(66억달러)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지원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20%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온 이후 현지 지역 일간지 텍사스 트리뷴은 “현재 계획된 (삼성전자) 제조·연구시설 클러스터는 최소 1만7000개의 건설 일자리와 4500개 이상의 생산직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부터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새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함께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