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내외 사업장을 직접 챙기고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복합위기' 상황 속 사업군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내실 다지기 작업을 직접 챙기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크고 작은 공식일정을 다수 소화하며 직원들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2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4 롯데어워즈' 행사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롯데어워즈'는 지난 한 해 도전과 혁신정신으로 고객가치를 창출한 성과를 격려하고 전파하는 자리다.
신 회장은 이날 직접 시상에 나섰다. 그는 “혁신과 도전적인 아이디어에 강력한 실행력이 더해진 성과들이 그룹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앞으로도 과거의 성공 경험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위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마트팩토리를 찾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2019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준공한 5·6공장에서 2만t 추가 생산이 가능해져 말레이시아 스마트팩토리의 연간 생산 규모는 6만t으로 증가했다. 이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체 동박 생산량 중 75%에 달하는 규모다.
신 회장은 “말레이시아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지난 3월25일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의 스마트팩토리 청주 신공장 현장을 방문한 직후 말레이시아를 찾았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차전지 소재와 전기차 후방산업 등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챙기며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초 준공한 청주 신공장은 롯데가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의 핵심 시설이다. 물류이송로봇(AMR), 인라인 컨베이어 벨트라인 등 자동화시스템이 도입돼 생산능력이 연간 약 2만기까지 확대됐다. 완속 충전기부터 중급속, 급속, 초급속까지 단계별 충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2024년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자리에서도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비전과 목표가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강력한 실행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시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이 같은 '광폭 행보'가 롯데그룹 체질 개선을 직접 챙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그간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왔지만 방침을 바꿨다"며 “신성장 영역으로 사업 교체를 추진하고 부진한 사업은 매각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주요 사업군에서는 발 빠르게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마산점을 올해 상반기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백화점 비효율 점포를 청산하는 신호탄이다. 마산점은 2015년 롯데가 대우백화점을 인수해 새단장한 매장이다.
온라인 유통 분야에서 출혈경쟁도 멈춘다. 롯데온이 '바로배송'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바로배송은 롯데온 내 롯데마트몰에서 장보기 상품을 구매하면 2시간 이내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게 골자다. 전국 8개 점포에서 운영해왔지만 체질 개선을 위해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사업성이 있는 분야 역량은 적극적으로 키운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롯데케미칼은 기능성 첨단소재를 생산하는 자회사 삼박엘에프티(삼박LFT)가 전남 율촌 산단 내에 신규 컴파운딩 공장을 착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를 위해 총 4500억원을 투자해 내년 하반기 공장을 가동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