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활용도 증가로 각국의 전력망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구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의 3개월물 구리 선물 가격은 톤(t)당 1만424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 기록한 최고가(1만604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작년 말 종가(8559달러)와 비교하면 21.8%가 뛴 수치다.
이 영향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구리 관련 ETF도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구리선물(H)은 작년 말 종가 대비 24.54%가 올랐다. TIGER 구리실물은(26.96%), TIGER 금속선물(H)(12.81%)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구리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AI 기술 확대로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한 만큼, 이에 따른 전력망 확충이 시급하다. 하지만 구리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원자재 중개업체 트리피구라(Trafigura)의 사드 라힘(Saad Rahim) 이코노미스트는 “AI 및 데이터 센터와 관련된 구리 수요는 2030년까지 최대 100만톤에 달할 수 있다"며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기술 확대는 오는 2030년까지 400~500만 톤의 구리 공급 부족을 야기하는 요인인데 AI 수요는 거기에 100만 톤의 격차를 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도 “1MW의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에는 20~40톤의 구리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AI 붐으로 인한 수요 급증은 공급-수요 불균형을 악화시켜 구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구리 광산 개발에는 평균 15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투자증권은 2012년부터 신규 광산에 대한 투자금이 감소 중에 있어 구리 수급 불균형은 203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부족이 202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치를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조금 더 구조적인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AI와 관련된 기술이 발전하고 인프라가 확장돼 가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확충이 필요하며, 그 자체에 소요되는 케이블이나 전산·통신 장비, 냉각 등에 구리가 필요하다"면서 “데이터센터 자체가 전력 수요를 기존 전력 수요 전망 경로 이상으로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구리 수요가 크게 자극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