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전기차 수요 둔화에…글로벌 은행들 기후전략 바뀌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24 14:09
US-TECH-TRANSPORT-WAYMO-GOOGLE

▲충전중인 전기차(사진=AFP/연합)

글로벌 전기자동차 수요가 둔화세를 이어가자 세계 주요 은행들이 구축해왔던 기후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따를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은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자 은행들이 기후 전략을 뒤집고 있다"며 전기차 보급의 둔화는 탈탄소 분야에 대출과 투자를 약속한 많은 은행들에게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탄소집약적인 산업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자금조달을 약속한 뱅크오브아메리카, HSBC 홀딩스, JP모건체이스 등의 은행들이 주목한 분야는 전기차이며 포드, 폭스바겐 등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탄소감축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항공, 철강 등의 산업이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기 위해선 신기술 개발과 보편화가 필수다. 그러나 전기차의 경우 테슬라를 필두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뛰어들었고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수요마저 강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가 유력 수단 중 하나라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육류 수송부문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중 약 15%를 차지한다.




이에 은행들은 전기차 대중화를 통해 자동차 분야에서 탈탄소가 이뤄지면 이들의 기후목표도 덩달아 달성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글로벌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줄줄이 발표하자 은행들도 이러한 전략이 유효한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실제 포드는 글로벌 수요 부진의 여파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전기차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1분기 포드의 전기차 한 대당 손실이 10만달러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또 올 한해 전기차 손실이 최대 55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짐 파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전기차 사업이 “전체 회사를 끌어내리는 원흉"이라고 밝혔다.


2030년까지 판매 차종의 100%를 전기차로 확대하겠다는 메르세데스 벤츠도 2030년을 넘어서도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의 토마스 셰퍼 CEO도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겠다고 이달초 블룸버그에 말했다. 셰퍼 CEO는 “중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고객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기차 산업 지원을 통해 기후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은행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일부 은행들은 여전히 낙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스페인 최대 은행 방코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BBVA)의 안토니 발라브리가는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속도조절)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기차 추세가 중기적으로 멈출 수 없다고 본다"며 “우리의 2030년 목표가 여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기차 판매량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산업의 펀더멘털은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순수전기차만 생산하는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확대되고 있고 배터리를 포함한 핵심 원자재 가격은 지난 18개월 동안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시장은 탄소중립을 위해 요구되는 추이를 앞지르고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