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연준의장(사진=로이터/연합)
세계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이 엇갈리고 있다. 물가 안정을 확신하지 못한 미국, 한국, 영국 등의 중앙은행들은 매파적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내달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비오 파네타 ECB 통화정책 위원 겸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달 금리인하에 대한 시기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 전환을 위한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다"며 “(금리인하) 컨센서스가 내부에서 퍼지고 있고 많은 의구심을 가진 위원들도 선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지난 주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고 루이스 데긴도스 ECB 부총재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변동성은 예상된다면서도 6월 25bp 금리인하가 타당하다고 최근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로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반등하더라도 ECB의 6월 금리인하 의지를 꺾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5월 유로존 CPI는 전년 동기대비 2.5%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4월(2.4%)보다 반등한 수치다.
ECB가 6월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미국보다 먼저 약 2년 만에 금리를 내리게 된다. 시장에서는 ECB가 지난해 가을 이후 사상 최대인 4%를 유지해온 수신금리를 다음 달 0.25%포인트 인하하고 이어 9월과 12월에도 같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총재(사진=로이터/연합)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매파적 태도가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의사록은 “위원들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관한 불확실성에 주목했다"며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데 동의했다"라고 전했다.
심지어 “다양한(Various) 참석 위원이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추가 긴축을 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올해 금리 인하를 한 차례만 단행할 가능성과 여름에는 인하 없이 11월에야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오는 31일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물가 지표로 알려진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발표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월 근원 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기대비 2.8% 올라 전월치와 같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사진=연합)
한국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주요 이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올랐으니 당연히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여러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목표(2.0%) 수준에 수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유지했지만 하반기는 0.1%포인트 높였다.
JP모건은 한은이 성장률을 올리며 물가 위험을 언급한 것을 두고 매파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 시기를 4분기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한은은 연준보다 먼저 움직였다가 원화 약세를 추가로 촉발할 수 있는 위험은 지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8월이면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고 한은이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반등하자 투자자들은 금리인하 시기를 6월에서 8월로 바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22일 발표된 영국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전월의 3.2%보다 크게 낮았지만 전망치(2.1%)를 웃돌았다.
금융시장에선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0%)에 다가선 것보다 근원 물가(3.9%)와 소비자물가 중 서비스 물가(5.9%) 둔화 속도가 느린 데 주목했다.
한편, 일본에선 금리 인상이 과제다. 로이터통신은 소비가 아직 약한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조심스러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의 4월 소비자 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예상대로 작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0.4%포인트 낮아지면서 2개월 연속 둔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