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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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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의 나라’ 멕시코에서 집권 여당 셰인바움 당선…첫 여성 대통령 탄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03 14:47
Mexico Election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된 셰인바움(사진=AP/연합)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남성 우월주의가 강해 '마초의 나라'로 불리는 멕시코에서 '여풍'이 몰아치면서 커다란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아울러 좌파 집권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자 최근 잠잠해지는 듯하던 중남미 온건좌파 정부 물결(핑크 타이드)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대선 직후 진행된 출구조사에서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후보가 우파 중심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61)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했다고 엘피난시에로와 에네마스(N+) 등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AFP통신은 여론조사 기관 엔콜(Enkoll)의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 셰인바움 후보가 약 58%의 득표율로 29%에 그친 갈베스 후보를 크게 앞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또 다른 출구조사(파라메트리아)에서는 유효표 기준 셰인바움 후보가 56%를 득표해, 30%의 갈베스 후보에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로써 셰인바움은 멕시코에서 1824년 연방정부 수립을 규정한 헌법 제정 후 첫 여성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여당인 모레나 창당 멤버인 셰인바움 후보는 출마 전까지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2018∼2023년)을 지낸 엘리트 정치인이다.




리투아니아·불가리아 유대계 혈통인 과학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1995년 우남 에너지공학 박사과정에 입학해 학위를 받은 첫 여성이기도 하다.


에너지 산업 및 기후 분야 전공인 셰인바움 후보는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그를 장관에 임명한 건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 현 대통령이다.


셰인바움 후보는 2006년까지 시 장관을 지내며 이름을 알린 데 이어 2011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모레나를 창당할 때도 함께했다. 이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2018년에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되면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


그는 온건한 이민 정책 추진,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 공기업 강화 등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정부 정책을 대부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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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투표함에 용지를 넣고 있는 셰인바움(사진=EPA/연합)

이로써 멕시코에는 2018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 대통령이 90년 가까이 집권한 우파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이후 2030년까지 총 12년간 좌파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멕시코는 2000년대 초반 중남미를 휩쓸던 핑크 타이드 이후 '제2의 핑크 타이드'라고 불리는 최근의 '중남미 좌향좌'에 동력을 불어넣은 국가다.


핑크 타이드는 복지와 사회 불평등 해소에만 무게 중심을 두는 전형적인 좌파라기보다는 사회·경제적 진보 정책에도 신경 쓰는 중도 좌파 또는 좌파 성향 정부라는 의미가 담겼다. 다소 편향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좌파 상징 '붉은색'까지는 아니라는 취지다.


중남미에선 지난 2018년 멕시코에 이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민심이 수년 새 잇따라 좌파 정권을 선택했고, 2022년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8)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제2 핑크 타이드의 정점을 찍었다. 최근엔 과테말라에서도 좌파 정부가 출범했다.


다만 중남미 전체 정치 판도가 완전히 '좌파 일색'으로 재편됐다고 보기엔 힘들다. 실제 우루과이(루이스 라카예 포우), 파라과이(산티아고 페냐), 에콰도르(다니엘 노보아), 아르헨티나(하비에르 밀레이), 엘살바도르(나이브 부켈레), 파나마(호세 라울 물리노) 등은 우파 정부가 집권하고 있다.


한편, 멕시코에서 '여풍'이 몰아치면서 세계 각국의 여성 지도자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하루 앞서 1일 대선을 치른 아이슬란드에서는 28년 만에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유럽에서는 현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등 여성 지도자들이 국정을 이끌고 있다.


나타샤 피르크-무사르 슬로베니아 대통령은 2022년 자국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에비카 실리냐 라트비아 총리,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도 유럽의 주요 현직 여성 지도자다.


남미의 여성 지도자에는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있다. 부통령이던 2022년 당시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이 탄핵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자 대통령직을 승계, 페루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미국은 아직 여성 대통령이 나오지 않은 국가 중 한 곳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석패해 백악관행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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