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C 로고(사진=로이터/연합)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회원국들이 자발적 감산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기로 하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오는 10월부터 원유가 시장에 풀려 공급증가 우려가 고조된 영향으로, 지속적인 감산을 통해 유가를 100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석유 카르텔의 야망이 물거품으로 끝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3.6% 급락한 74.2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2월 초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8월 인도분 선물 가격 역시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3.4% 하락한 78.36달러를 기록, 80달러선이 붕괴됐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8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앞서 OPEC+는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야 리야드에서 회의를 열어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 감산 기조를 내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사우디, 러시아, 이라크 등 대형 산유국 8개국이 지난해 11월 참여한 하루 22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은 올해 9월 이후 1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산 규모를 종료하기로 했다.
사우디 정부에 따르면 산유국들의 자발적 감산 중단 결정으로 올 연말과 내년 중순까지 OPEC+ 전체 원유생산량은 현재 수준대비 각각 하루 50만 배럴, 18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미즈호의 밥 야거 선물 애널리스트는 석유시장의 구조가 약화되고 있다며 트레이더들은 이번 OPEC+ 발표로 원월물 원유 매수를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개월간 WTI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이에 따라 수년간 지속됐던 감산정책을 통해 유가를 100달러로 끌어올리겠단 OPEC+의 야망이 물거품으로 끝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면하기 위해선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96달러를 웃돌아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칼럼을 통해 “OPEC+ 카르텔이 100달러 유가를 위해 끈질기게 추구한 결과 물거품으로 끝났다"고 며 “이번 유턴이 전술적 후퇴인지 전략적 전환이지 불분명하지만 유가는 지속적으로 해락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야거 애널리스트도 지정학적 위기로 페르시아만이나 아라비아반도에 총체적인 재난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앞으로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은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장 상황이 어려워질 경우 추가 감산이 당초 계획보다 더 이른 시기에 종료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해 “놀랍도록 자세한 추가 감산 종료 기본계획은 OPEC 전망보다 국제유가가 약세를 나타낼 경우 추가 감산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OPEC의 자발적 감산 중단에도 유가가 폭락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저유가는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전망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이는 특히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원유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