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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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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폐기 논란 재점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26 14:59

경실련, “아파트 공시가격 시세반영 못해, 기준 모호”

정부, 공시가 현실화 폐지 공언, 여소야대 상황으로 쉽지 않을 듯

폐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지역 아파트 공시가격이 정부 발표와 달리 실제 시세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지역 아파트 공시가격이 정부 발표와 달리 실제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폐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지역 아파트 공시가격이 정부 발표와 달리 실제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폐지 방침을 정면 겨냥했다.


경실련은 서울 25개 구별로 세대수가 가장 많은 아파트를 3개씩 선정해 모두 75개 단지의 매해 1월 기준 평당시세와 평당 공시가격을 계산해 비교했다. 아파트별로 각기 다른 면적을 일관되게 비교하기 위해 평당 가격에 30을 곱해 30평형 가격으로 환산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는 9억5000만원에 공시가격 6억4000만원은 약 67%의 시세반영률을 보였다. 2021년 평균 시세 11억4000만원에 공시가격 7억9000만원(69.3%), 2022년 평균 시세 13억2000만원에 공시가격 9억1000만원(68.9%)으로 시세반영률이 약 69%까지 증가했다. 지난해는 평균 시세 11억8000만원에 공시가격 7억1000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이 약 60%로 감소했다. 올해는 평균 시세 11억 5000만원에 공시가격 7억4000만원으로 약 65%의 시세반영률을 보였다.


경실련은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작년과 동일하게 2020년 수준인 69%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조사해 보니 작년 시세반영률은 60%, 올해 시세 반영률은 65%로 나타났다"면서 “지난해 급격한 공시가격 하락으로 세수가 부족해지자 겉으로는 시세반영률은 변화가 없다고 밝히면서 실제로는 공시가격을 올려버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간 현실화율 격차도 커지면서 아파트별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도 내놨다. 경실련은 “조사 아파트 중 은평 백련산 힐스테이트2차는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인 작년보다 12%나 오른 반면 서대문 이편한세상신촌의 경우 -2% 하락했다"면서 “정부가 지역별 아파트별로 명확한 기준 없이 공시가격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금부과 기준이 이처럼 자의적으로 허술하게 운영된다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회손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공시가격·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80% 이상으로 올리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폐지해야 한다"며 “공시가격과 공시지가의 산출 근거 및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준이 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시가보다 공시가격보다 너무 낮아 결과적으로 '돈 많은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과세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최대 90%까지 현실화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현실화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이 계획에 대해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상승을 징벌적 과세로 수습하려다 보니 시장을 왜곡하고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문제는 공시가격 폐지를 위해서는 국회 입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공시법을 개정해야 한다. 22대 총선 결과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지면서 국회 문턱을 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세 감면을 부자 감세와 동일시하는 기조라 법 개정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공시가 현실화 폐지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공시가를 시세에 가깝게 맞추다 보면 부동산 가격이 들쑥날쑥한 상황에서 집 한 채 가진 일반 국민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 공시가격 현실화를 폐지해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반면 조세 정의 차원에서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시세 대비 공시가가 낮으면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많은 보유세 감세 혜택을 보게 되고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할려고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시가격이 허술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폐지 계획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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