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 원희룡·한동훈 후보가 CBS 라디오 토론에서 과열을 식히는 제스처를 취하는 듯 했지만, 결국 감정적 설전을 반복했다.
원 후보는 17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쟁후보 중 누굴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 후보를 가장 좋아한다. 대학으로는 10년 후배고 정치로는 25년 후배"라고 답했다.
그는 “초대 내각에서 건설노조라든지 전세 피해자 할 때도 같이 많이 컬래버(협업)를 했다. 잘 맞더라"면서 “총선 때도 어려운 직책을 맡아서 저를 각별히 도와줬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전당대회 출마로 인해 양측이 “일시 긴장관계에 있다"면서도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 후보 역시 “일시여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는 두 후보 간 격한 공방전에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 등 비판이 거세지자 톤을 다소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원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서도 한 후보 '댓글팀' 의혹에 대한 당내 비판에 “진상이 밝혀지기 전에 행위자를 특정해 비난하는 것 또한 삼가야 한다"며 “민주당 의원의 주장만으로 우리 스스로 내부 갈등을 일으킨다면, 그게 바로 민주당이 의도하는 것"이라고 엄호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 전반에서는 여전히 극한 갈등이 다시 노출됐다.
자신의 별칭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원 후보는 “소통 희룡"이라며 “정부 내에 신뢰가 쌓여 있는 것은 저와 의견이 다르고 제가 불편하더라도 끝까지 회피하지 않고 소통을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긴장 관계인 한 후보를 친윤계인 자신과 비교한 표현으로 읽힌다.
한 후보의 경우 “국민의힘 동훈"이라며 “저는 국민의힘에서 정치 시작했고 여기서 끝까지 정치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리기 위해서 이걸 달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 후보는 원 후보 탈당 경력과 민주당 입당 가능성 타진 등을 비판한 바 있는데, 이를 재차 드러낸 설명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으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은 것'과 관련한 질문에도 윤 대통령 관련 이슈가 전면에 나타났다.
한 후보는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출국을 어떻게든 막았을 것 같다"며 “그전까지 저희의 총선 전략이 어느 정도 주요해서 대단히 좋은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원 후보는 “영부인이 비대위원장(한 후보)에게 연락했을 때 결정적인 분기점이 될 수 있었다"며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을 재소환했다.
원 후보는 “그때 사과의 수위나 방법, 이런 부분들을 당과 조율해 민주당의 무차별 공세를 잘 막아냈더라면 그 후에 벌어진 악재들도 전혀 다른 식으로 풀려나갔을 것"이라며 “이종섭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 후보 주도권 토론에서는 채 매꿔지지 않은 양측 감정의 골까지 드러났다.
원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서 한 후보를 향해 “비대위원장 된 게 대통령의 배려가 있었던 게 맞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한 후보는 “그걸 배려라고 말씀하시는 건 잘못된 것 같다"며 “대통령께서도 제가 비대위원장이 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원 후보는 한 후보가 대통령실 비대위원장 사퇴요구를 비판했던 점을 들어 “지명할 때랑 사퇴 의사 전달한 거랑 하나는 당무 개입이고 하나는 당무 개입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그걸 같다고 보시는 게 상식적이지 않은 판단"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원 후보는 한 후보가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 한동훈 특검법에 반대 입장이라며 “왜 두 사안에 대해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가"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이에 대해서도 “민주당 양문석의 주장에 동조하는 원 후보에 대해 당심이 판단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이후 원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불리한 것에 대해서는 시스템 또는 메신저를 공격해 피해 나가고 본인이 유리한 것 또는 본인이 편리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무오류"라며 “지도자는 얌체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처음부터 끝까지 축제해야 할, 미래를 봐야 할 전대를 혼탁하게 인신공격의 장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