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난달 27일 TV토론에서 참패한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 압박을 받은지 약 3주 만이다. 미국 대선(11월 5일)이 108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 속에서 대선 후보가 중도에 사퇴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자 대선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지난 3년 반 동안 우리는 국가로서 큰 진척을 달성했다"며 “현재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를 자랑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모든 것은 미국인들인 여러분 없이는 불가능했음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100년만에 한 번 발생하는 팬데믹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대통령으로 섬길 수 있었던 것은 인생에 가장 큰 영광이었다"며 “재선에 도전할 계획이었지만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의 임무를 다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민주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 사퇴를 결정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이자 시발점은 지난달 27일 열린 첫 대선 후보 TV 토론 참패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노쇠한 모습을 온 국민에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그동안 민주당 모두가 인식했지만 공개적으로 입 밖으로 꺼내기 조심스러워했던 고령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완주 의지를 강조해왔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잇따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 의장,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워내대표 등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리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총격에도 살아남으면서 '영웅'으로 떠오른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 코로나19에 걸려 선거 유세를 하루 만에 중단하고 자가 격리하는 신세가 됐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급속도로 이탈하자 결국 백기를 들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일찌감치 결정됐던 '바이든 대 트럼프' 리턴매치 대결구도가 백지화되면서 미 대선은 당분간 일대 혼돈의 안갯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민주당으로서는 혼란을 겪게 된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및 건강 저하 논란 등으로 밀리던 양상의 대선판을 다시 한번 흔들며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사퇴를 선언함과 동시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차기 대선 후보로 지지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별도의 올린 X의 글에서 “2020년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후 첫 결정은 부통령으로 카멀라 해리스를 택하는 것이었다"며 “이는 내가 내렸던 결정 중 최고였다"고 밝혔다. 이어 “카멀라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전격적인 지지를 표명하고자 한다"며 “민주다 여러분, 힘을 합쳐 트럼프를 이겨야 할 때다. 해내자"라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엑스에 올린 글에서 “저는 민주당을 단결시키고 미국을 통합시키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극단적인 프로젝트 2025 어젠다를 물리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당 대선 후보로 지지한 것에 대해 “저는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돼 영광"이라면서 “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제 의도"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주장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이 대통령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면 대통령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바이든)는 즉각 대통령직에서 사임해야 한다"며 “11월 5일(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오기를 아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는 않지만 내년 1월 20일까지는 대통령직 임기를 수행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한 직후 CNN과 통화에서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