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구속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사법리스크가 절정에 달하면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사업 투자와 경영 쇄신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23일 법조계와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한정석 서울남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IT업계 대기업 창업자가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카카오가 당시 인수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약 2400억원을 들여 주가를 의도적으로 높였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관련 내용을 보고받거나 SM엔터 시세 조종을 직접 지시한 정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대 20일의 구속기간 동안 이같은 내용을 면밀히 조사해 재판에 회부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의 5%를 넘게 보유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은 주식 대량 보유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 역시 중대하게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위원장 거취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카카오는 '시계제로' 상황에 처했다. 그는 그룹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 공동의장과 산하 경영쇄신위원장을 맡으며 고강도 쇄신을 진두지휘해 왔다.
정신아 대표나 주요 계열사 대표 등이 공백을 채울 순 있지만, 김 위원장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오랜 기간 그를 중심으로 구축돼 온 의사결정체제가 한 번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가상융합대학 학장(경영학부 교수)는 이같은 카카오의 지배구조를 중세 봉건제에 비유했다. 위 학장은 “카카오는 각 계열사 대표들이 '영주'로서 직할 통치를 하면 '군주'인 김 위원장이 전체 틀을 조율해 왔다"며 “사실상 영주 위치에 있는 정 대표 단독으로 대규모 투자 및 지분 매각 등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AI 서비스 출시와 같은 신사업 추진과 자회사 축소 작업도 '올스톱'될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출시 등 글로벌 진출 사업 역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자 구속으로 인해 대외적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투자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기업 이미지 타격은 현재로썬 불가피하고,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라며 “소위 비상경영체제에서 정 대표는 카카오톡 등 기존 서비스 운영 및 AI 사업 추진에 집중하면서 '현상 유지'를 하는 전략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카카오로썬 최대한 무죄를 소명하거나 경감하는 게 최선의 전략이 될 것이고,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자회사 축소 작업을 추진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김 위원장의 운신 폭이 좁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소 시 구속 기간은 기본 2∼3개월에서 최장 6개월까지 길어질 수 있다. 설령 중간에 보석 등으로 석방되더라도 재판 상황에 따라 최소 3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다른 혐의로 구속 영장이 추가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변수다. 카카오는 시세 조종 외에도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카카오T블루 콜 몰아주기 의혹 등과 관련한 수사를 받고 있다.
위 학장은 “향후 김 위원장 구속이 풀린다 해도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등 여러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며 “뭔가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줘야 할 텐데, 국민적 시선 등에 의해 선택 폭이 상당히 제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는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