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과열 양상 속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수요자들의 '패닉 바잉'(가격인상·공급부족에 따른 두려움으로 인한 무리한 구매)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자칫 2020~2021년처럼 폭등장이 올 수 있어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주택 공급 확대 등 강력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6월 거래량(21일 기준)은 6939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만큼 7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7000건을 돌파한 것은 집값 급등기였던 2020년 12월(7745건) 이후 처음이다.
아파트값 상승세 역시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이 0.28% 오르며 17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상승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주간 상승폭은 2018년 9월 셋째 주(0.26%)의 상승폭을 5년 10개월 만에 경신한 수치다.
청약시장도 뜨겁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5.8대1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1순위 청약 경쟁률인 6.2대1과 비교하면 17배나 높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부동산시장이 과열됐던 2021년(상반기 124.7대1·하반기 227.9대1)을 제외하면 반기별 최고 경쟁률이다. 지난해 상반기(51.9대1)와 비교했을 때도 2배 이상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정부의 부양책 때문이다. 청년층과 무주택자를 위한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자금대출이 꼽힌다. 지난달 기준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는 3만744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0대는 1만7416명이다. 이는 집값 급등기였던 지난 2020년 6월과 비교하면 6.9% 증가한 수치다. 비중 역시 늘어났다. 올해 6월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7%다. 2020년과 2021년 30대 비중이 각각 39%, 38%였던 점을 감안하면 10%포인트 가량 늘어났다.
공급부족 역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국토연구원이 조사한 서울의 지난해 주택공급 인허가(3만9000가구) 및 착공(2만8000가구) 건수는 최근 10년간 연평균과 비교해 각각 56.7%, 44.3% 수준이다. 올 1~4월 서울 아파트 인허가 건수(6214가구)는 전년 동기(1만3515가구) 대비 45.9%에 그쳤다.
고금리 시대가 끝나고 주요 국가에서 본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국도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수세는 더 강해지고 있다. 또 정부가 최근 2년새 부동산 규제 완화 명분 하에 수십가지의 집값 안정화 관련 정책·법규를 폐지·개정한 것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에서는 2021년 '패닉 바잉'을 넘어서는 집값 폭등장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나온다. 정부도 이제서야 뒤늦게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지난 18일 긴급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3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오는 2029년까지 23만6000가구를 분양하고,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수도권 신규택지를 2만 가구 이사 추가 공급하겠다고 구상이다. 아울러 다음달 추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급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업계에선 더 강력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불안한 심리로 인한 이상 집값 급등을 잡으려면 (정부가)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으면서 전광석화 같은 모습을 보여줘여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3기 신도시 본 청약 물량을 모두 사전청약으로 돌리고, 1년간 서울 수도권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대신 지방 미분양을 1년 내 사면 5년간 양도세 면제와 취득세 감면을 해주는 등의 승부수를 던지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운 분위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