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설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기술 발전과 함께 가구회사부터 플랫폼 업체 등 非건설사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집 짓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 건설은 그간 건설사 위주로 공급이 돼 왔다. 터파기부터 골조, 기타 여러 공정이 필요해 전문적인 주택 건설업체를 통해서만 집을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모듈러주택 등 주택 건설 기법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업종의 회사들이 주택 건설 주체로 나서고 있다.
토지건물 거래 플랫폼 밸류맵은 오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4 코리아빌드위크'에 참가해서 3세대 모듈러(풀 퍼니시드모듈러 하우스) 주택 상품 실물을 선보인다.
밸류맵은 토지건물 거래 플랫폼으로 시작한 회사로 최근 '오픈스페이스'라는 모듈러주택과 토지위탁운영 서비스를 결합한 플랫폼을 론칭했다. 해당 플랫폼에 토지 소유주가 쓰지 않는 유휴토지를 등록하면 개인이나 기업이 토지 사용료를 내며 모듈러 하우스를 짓고 이용할 수 있다.
앞서 설계 전문 회사인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는 모듈러 건축 브랜드인 '미노'를 출시했다. 모듈러 제작 전문회사 유창과 손잡고 공동으로 개발한 브랜드다. 공간 모듈 시스템을 적용하고 모듈 조합에 따라 다양한 실내외 구성이 가능하다. 희림 측은 건축공급시스템을 혁신하고 모듈러 건축경험을 풍부하게 해 지속적인 모듈러 건축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다.
가구회사인 현대리바트는 이미 지난해 모듈러 주택 스타트업에 10억원의 지분 투자를 하며 모듈러 건축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모듈러주택에 최적화된 주방가구, 창호, 벽지 등은 물론 고품질의 모듈러하우스 패키지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모듈러건축이라는 건설 기술의 발달로 기존 건설업체가 아닌 타 업종의 회사도 주택 공급의 주체가 될 수 있게 됐다. 모듈러 건축은 조립식 주택으로 건물의 벽체를 포함한 전기, 수도, 창호, 마감재를 공장에서 70~80% 사전 제작해 현장으로 옮겨 블록 끼워맞추듯 조립하는 방식을 말한다. 공장에서 표준화된 방식으로 생산해 날씨 등 영향을 덜 받고 일관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모듈러 건축 시장은 2022년 기준 1757억원으로 2030년까지 2조원대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현 경제상황 속에서 업체들은 업종간의 벽을 넘나들며 시장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모듈러 주택을 통한 주택공급 다양화가 초창기 단계이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주방전문업체, 가구회사, 생활용품 전문업체 들이 주도적으로 모듈러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라면서 “기술 발달은 앞으로도 업종간의 벽을 낮추는 만큼 시대흐름에 따른 대응과 전략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건설사들도 모듈러 주택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 1군 건설사인 GS건설은 지난해 4월부터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통해 목조모듈러주택 시장에 진출했다. 자이가이스트는 건물의 일부를 미리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Prefab) 공법을 이용해 단독주택을 만드는 전문 회사다. 주문한 지 2달이면 새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