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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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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강남용’?…“가장 필요한 저소득층 외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25 15:47

모집 5일 만에 신청자 1500명 돌파…가사 도우미 수요 높아
월 200만원 넘어 저소득층 접근 어려워
“고소득층만 이용 가능, ‘약자와의 동행’ 시정 목표와 안 어울려” 비판
서울시 “향후 저소득층 대상 서비스 제공 여부 검토”

가사도우미. 자료사진

▲가사도우미. 자료사진, 출처=서울시 홈페이지


서울시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 관리사(도우미) 시범사업을 두고 부유층만을 위한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내세우고 있는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시정 목표와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25일 시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 이용 가정 모집을 시작한 후 5일 만에 신청 앱 가입자가 1500명을 넘어섰다. 다음달 6일까지 모집할 예정이라 신청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들어오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필리핀 출신 20~30대 여성 100명으로 시는 신청자 중 300가구를 뽑아 배치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시가 시스템 구축비 명목 등으로 1억5000만원의 비용과 행정력을 투입한다.


오는 9월 입국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100명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선발이 완료된 상황이다.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관련 자격증 소지자 중 영어·한국어 등 어학능력 평가, 건강검진, 범죄이력 등 신원검증을 거쳐 선발됐다. 구인을 원하는 사람은 홈스토리생활(대리주부), 휴브리스(돌봄플러스)의 모바일 앱에서 신청할 수 있다. 가정의 상황에 맞게 파트타임(6시간 또는 4시간)과 풀타임(1일 8시간) 형식으로 아동돌봄 및 가사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용금액은 하루 8시간 기준 월 208만원 정도다.


시 관계자는 “앱을 설치해 가입한 사람이 약 1500명이고, 증빙자료를 첨부해서 신청한 사람은 250~300건"이라며 “(시민들의) 관심이 많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둘러 싼 논란은 여전하다. 우선 높은 비용으로 정작 출산·보육 및 맞벌이 등으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젊은 부부들은 소외될 수 밖에 없다. 8시간 풀타임 이용할 경우 월 200만원이 넘는 월급을 줘야 해 웬만한 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두고 시가 오세훈 시장의 공약인 '약자와의 동행'이 아니라 부유층을 위한 행정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고비용으로 고소득층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에 공공 재정·행정력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초혼 신혼부부의 연간 평균소득은 6790만원이다. 소득 구간별로 보면 '5000만~7000만원 미만'이 22%로 가장 많았고, 이어 '7000만~1억원 미만' 21.3%, '3000만~5000만원 미만' 20.2%, '1억원 이상' 17.9% 순이다. 200만원이 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연 소득 1억원 이상의 신혼부부는 10명 중 2명 꼴도 채 되지 않는다.


이미 온라인 맘까페 등에서는 “풀타임 이용하면 200만원이 넘게 드는데 감당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지 의문", “출산문제 해결될까, 원천적인 문제를 외면한 수박겉핥기식 정책"이라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선 '강남용'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시는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를 통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서비스 제공기관'을 선정했는데, 이 업체들이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이 묵을 숙소를 고소득층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에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숙소는 근로계약이 체결한 두 업체에서 마련했고 시는 일절 관여를 하지 않았다"며 “시는 주 이용자가 강남이든 강북이든 염두해 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공공 돌봄을 위축시키고 시민들에게 돌봄의 책임을 전가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지난 19일 열린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 사업은 공식적으로 외국인을 차별대우하고 돌봄과 여성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며 개별 가정에 부담을 안기고, 공적인 책임을 하지 않겠다는 공공성 포기 선언"이라며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성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하는데 정부는 그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값싸게 취급하며 외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는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향후 저소득층 대상 서비스 제공 여부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은 시범사업를 해보면서 수요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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