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삼남매 중 둘째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이 최근 삼남매가 홍콩 코리그룹을 통해 부당 이익을 취득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분 정리 중"이라며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의 선 긋기에 나섰다.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다시 촉발된 상황에서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북경한미에 대한 내부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북경한미가 중국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룬메이캉(RMK)에 넘겨 유통하는 과정에서 내부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RMK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의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의 계열사다. 코리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는 오브맘홍콩이 100% 보유한 회사다. 한미그룹 계열사는 아니지만 한미그룹의 중국 내 의약품 유통 업무를 하고 있다.
모회사인 오브맘홍콩은 임종윤 사장을 주축으로 삼남매가 주주다. 코리그룹이 오브맘홍콩 지분 33.6%를 보유하고 있으며 임 사장이 26.6%를, 임 부회장과 삼남매 중 셋째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각각 19.9%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RMK를 통해 북경한미의 중국 내 의약품을 유통하면서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 오너일가로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이익 취득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한미약품 감사위원회도 북경한미에 대한 내부 감사에 착수한 것이다.
해당 논란이 오너일가 전체로 확산되자 임 부회장은 지분 정리 의사를 명확히 했다. 임 부회장은 지난 26일 경기 화성 한미약품연구센터에서 열린 소액주주와의 간담회에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의 비리경영 논란에 대해 입장을 전했다.
임 부회장은 “의도치 않게 언짢은 소식을 전해드려 죄송하다"며 “10여년 전 임종윤 사장이 사업을 처음 구상할 때 오빠가 하고자 하는 사업이라는 부분에서 동생으로서 기꺼이 동참했었지만 이후로는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소소하게 챙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임 부회장은 그러면서 “여러 부분이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때 부당해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 시점에서 오브맘홍콩에 사의를 표명했고 지분 정리도 계속 요청하고 있는 중"이라며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내부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 부회장의 이번 발언은 임 사장과의 거리두기로 해석된다. 이번 내부거래 의혹이 거세질 경우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은 기업가치 훼손 측면에서 오너일가에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어서다. 또 최근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과 임 부회장 모녀 측이 우세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만큼 추가 리스크를 피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미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들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형제가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점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도 지난 26일 종가 기준 3만2100원으로 주총 시점인 지난 3월 28일 종가(4만4350원)보다 27.6%가 하락했다.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 대표는 “형제들은 회사에는 관심이 없고 몸집만 불리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고 소액주주 입장에선 형제들에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이달 초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송영숙 회장과 임 부회장 등 모녀의 지분을 매수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신 회장은 앞서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의 편에 서면서 형제의 경영권 획득의 '키맨' 역할을 했지만 이달 초 모녀 측으로 돌아섰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모녀의 지분 6.5%(444만4187주)를 매입하고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그룹에 따르면 아직 날짜를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한미약품그룹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위해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신 회장이 형제들의 경영에 반대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등 경영권 변경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내용이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