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20조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반대매매가 쏟아지고 있다. 반대매매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신용융자 잔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 빚투 개미들의 손실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반대매매 규모 연초 대비 20% 늘어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반대매매 금액은 78억4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65억4200만원이던 반대매매 규모는 반년 새 19.9% 늘어났다. 지난 23일에는 반대매매 금액이 141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4월17일(172억원)과 6월3일(170억원)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반대매매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 빌린 돈을 갚지 못했거나 신용거래 후 주가가 담보비율 아래로 떨어졌을 때 증권사들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강제 처분해 이 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반대매매는 지수가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질 때 늘어난다. 최근 반대매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원인으로는 증시 급락이 꼽힌다. 특히 올 들어 증시 상승을 견인하던 대형 반도체주가 미국 대선 불확실성 등으로 일제히 급락하면서 증시 하방 압력을 높였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종 투심이 얼어붙으면서 지난 26일 8만300원까지 떨어지는 등 8만원선을 간신히 유지하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호실적에도 20만원선이 무너졌다. 이날 기준 3거래일째 19만원대에 장을 마감했다.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4.8% 성장한 16조4233억원, 영업이익은 5조468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도체주 약세에 코스피는 지난 1일 2804.31까지 올랐으나 지난 25일 2710.65선까지 하락했다. 코스피가 한 달 새 3% 넘게 급락하면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졌다.
코스피가 7거래일째 2800선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반대매매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담보비율 아래로 떨어지는 담보부족이 발생하는 2거래일 내 투자자가 금액을 채워 넣지 않으면 반대매매가 이뤄지는데 하락장이 지속되면 반대매매 규모가 계속 늘어날 수 있어서다.
◇그래도 '빚투'한다…신용융자 20조 육박
반대매매 경고등에도 빚투 규모는 20조원 안팎에서 머무는 등 줄지 않고 있다. 연내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증시 상승 기대감이 작용한 영향이다.
지난 25일 신용융자 잔고는 19조8045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11조229억원, 코스닥이 8조7815억원이다. 지난 17일에는 20조2031억원까지 올랐다. 현재 잔고 규모는 20조원을 웃돌았던 이달 중순보다 소폭 줄었지만 17조448억원 수준이었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위탁매매 미수금 규모도 지난 25일 기준 960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5242억원)에 비해 83.3% 뛰었다. 지난 22일에는 1조314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빚투 등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지양할 것을 조언하면서도 이달 말부터 증시 분위기를 바꿀 이슈들이 있는 만큼 반등 탄력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FOMC회의와 본격적인 실적시즌이 이어지면서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분위기 반전을 예상한다"며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기 때문이 공포심리가 팽배할 때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