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전 금리인하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고에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월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치 일정과 같은 경제 이외의 요인은 연준의 정책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연준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혹은 어떤 정치적 결과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우리의 정책을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준이 미국의 11월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9월에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만 이는 정치 상황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연준은 이날 금리를 동결하면서 물가 지표가 완화돼 향후 몇 달 안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내릴 경우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에도 통화정책을 두고 파월 의장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연준이 과거 2019년 10월 기준금리를 1.5~1.75%로 인하한 것과 관련해 “사람들은 연준 의장에 매우 실망했다"며 “중국이 아닌 연준이 문제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최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는 11월 대통령 선거 전 금리 인하는 “그들(연준)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파월 의장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2028년까지 임기를 마치도록 두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경제지표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이 내가 연준에서 일하면서 맞는 네 번째 대통령 선거"라면서 “통화 정책 결정은 데이터와 경제 전망, 리스크의 균형에 기반할 것이며 다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지, 그래서 국가의 정치적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 등은 연준이 정책 결정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잠재적 정책에 대해 단순한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는 있지만 이런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실제 통화정책을 바꾸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면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스텝'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9월에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0.50% 포인트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9월 빅스텝 가능성은 5%에서 17%로 크게 올랐다. 시장에서는 올 연말까지 금리가 총 0.7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을 가장 높은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올해 남은 9·11·12월 FOMC 회의에서 0.75%포인트 내리려면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하거나 빅스텝 한번과 동결을 해야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