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이 상반기 실적에서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중 가장 높은 수익성을 시현하며 KB금융지주의 리딩금융 탈환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구본욱 사장으로선 취임 후 첫 성적표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여파를 딛고 상승세에 순항 중이란 평가가 나온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한 5720억원이다.
구 사장은 장기보험 판매에 집중하면서 보험영업 이익의 집중적인 확대 전략을 펼친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보험영업손익은 68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1% 급증했다. 장기보장성 상품 판매가 늘어나면서 보험계약마진(CSM)은 9조858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8.1%증가했다. 실제로 KB손보는 상반기 중 '5.10.10(오텐텐)'과 '3.10.10(삼텐텐)' 등 세분화된 유병자보험 상품 라인업을 구축해 흥행에 성공했다. 해당 상품들은 유병자라도 경증은 최대 30%까지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이 가능하다.
동시에 장기·일반보험 손해율 개선을 이뤄냈다. 지난 2022년 83.1%였던 장기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말 82%, 올 상반기 80%로 내려갔다. 건전성도 개선해 신지급여력비율(K-ICS)은 202.8%로 지난해 상반기 192.6%보다 10.2%P 상승했다. 다만 투자부문에선 영업이익이 1081억원을 기록해 전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갔다. 시장금리 상승세 여파란 설명이다.
KB손보는 올 상반기 금융지주 보험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대형사에 속하는 신한금융의 신한라이프는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0.4% 증가한 312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농협생명은 상반기 1639억원을, 농협손보는 1205억원을 기록했다.
지주에 높은 기여도를 기록하면서 그룹 비은행계열사 내 입지도 한층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룹 상반기 순이익에서 KB손보 기여도는 20%를 상회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KB금융이 2분기에 1조73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 중 16.1%가 KB손보에서 나왔다. 지난 2022년 KB손보의 연간순이익이 5577억원을 기록해 그룹 내 순익 비중이 12.6%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구 사장 취임 후 지주 내 기여도에서 착실히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타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도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같은 기간 KB증권이 3761억원, KB국민카드가 2557억원을 기록하면서 이들 계열사보다 두 배 가량의 순익을 올렸다. 아울러 지주 계열 보험사 8곳 중 올해 상반기 실적 증가세를 보인 곳이 KB손보를 제외하고 신한라이프(+0.4%), NH농협생명(+12.4%)에 그쳤기에 업계 내 입지도 상승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이 지난 1분기 신한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내줬지만 상반기 다시 승자가 되면서 비은행 맏형으로써 리딩 탈환에 제 몫을 해낸 셈이다.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2조7815억원으로 대비 7.5% 감소했지만 2위를 기록한 신한금융의 2조7470억원을 350억원 차이로 뛰어넘었다. 2분기 순이익은 1조7324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실적이다.
구 사장은 취임 직후 제시했던 전략을 착실히 이행해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초 취임 직후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구 대표는 손해율·유지율과 같은 경영효율지표, 신계약 CSM으로 대표할 수 있는 미래가치지표, 보유고객·우량고객과 같은 고객가치 지표 등을 끌어올리자며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구 사장은 “고객의 니즈를 세분화 하고 다양한 고객에게 소구력 있는 상품을 제공, 영업가족이 사용하기 편한 인수 및 청약 시스템을 만드는 등의 전방위적 영업 지원이 필요하다"며 경영진들에게 본업 핵심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구 사장은 하반기에도 현재 수익성 전략을 유지하는 동시에 재무·인력 효율화와 새로운 먹거리 기반 닦기에도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KB손보는 최근 3년 만에 실시한 희망퇴직 희망자 접수 결과 모두 115명의 퇴직 발령을 내렸다. 승진적체 해소로 인력구조 개선 등이 이뤄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동시에 업계에서 도입 중인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성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 사장은 앞서 “앞으로는 단순한 디지털 기술 도입이나 서비스 제공을 넘어, 고객 발굴에서부터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보험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세스 전반을 디지털화 해 나가는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의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