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대선판이 '검사-범죄혐의자' 간 대결구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국 대선은 검사 출신인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과 여려 범죄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한국도 검사 출신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여러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힌다. 차이점은 진보, 보수 후보의 위치가 바뀐 점 뿐이다.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흑인 여성으로서 캘리포니아 역사상 첫 지방 검사와 첫 법무장관을 역임하고, 미국 최초의 여성이자 유색인 부통령이 되는 등 수많은 '최초'의 업적을 이룬 인물로 평가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34개 혐의와 관련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인 '성추문 입막음' 재판 형량 선고는 당초 7월에서 오는 9월 18일로 연기된 상태다.
해리스 부통령 캠프는 30일(현지시간) 시작된 대선 광고 캠페인에서 캘리포니아주에서 검사로 20년 이상 일하면서 월스트리트 은행과 제약사 등을 상대로 이룬 성과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억만장자와 대기업을 위한 감세, 오바마케어 종료 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 선거운동은 우리가 누구를 위해 싸우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도 자신의 검사 경력을 부각하면서 “나는 여성을 학대하는 착취자, 소비자를 등쳐먹는 사기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깨고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 등 모든 유형의 가해자들을 상대해 봤다"면서 4건의 사건으로 형사 기소돼 이 중 1건에 대해서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트럼프 대선캠프는 같은 날 광고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이 남부 국경을 지켜야 할 책임자였으나 실패했다고 공격했다. 1000만 명 이상의 불법 월경 및 범죄 증가, 남부 국경을 통한 펜타닐 유입 등의 사례를 열거한 뒤 “해리스 부통령이 약하고 실패했으며 위험하게 진보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해리스는 위험할 정도로 진보적이며 미국인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정부에서 국경 문제를 담당하는 '차르'였으나 실패했다면서 “조 바이든 보다 훨씬 더 나쁘고, 더 자유주의적인 해리스가 4년 더 집권하면 미국은 이민 범죄로 대규모 살해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韓, '검사 출신' 여당 대표 한동훈 vs '범죄혐의 재판 중' 이재명 야당 대표
한국도 검사출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일찌감치 차기 대선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에 선출된 한동훈 대표는 검사 재직 시절 주로 금융비리 및 대기업 지배구조 비리, 부패 관련 사건들을 수사하면서 수많은 대기업 오너와 경제관료 등을 구속하는 데 앞장서 '저승사자' '독사'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요직을 두루 거쳐 46세에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승진하며 최연소 검사장이 되었으며, 2022년 5월 17일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 정통 법조인 출신이다.
법무부 장관 시절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이 의원은 잡범이 아니다. 중대 범죄 혐의가 많은 중대범죄 혐의자"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재명 전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성남FC 등 뇌물·배임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등 건으로 각각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제3자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기소됐다.
동시에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대표는 최근 “지금 제가 법정에 갇히게 생겼다"며 “(검찰이) 있지도 않은 사건을 만들어 정말로 재판에 많은 시간을 뺏기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30일 3차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지금이 제게는 가장 힘든 시기인 것 같다. 운명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과거에 독재 정권들은 정치적 상대방을 감옥에 보내거나 심지어 죽이거나 했었다"며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가택 감금이라고 해서 집에 가둬 두기도 했다"고 평했다. 지금 자신의 처지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그러나 국민 여러분, 제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함께, 당원과 함께 이 시련을 넘어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미 모두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 정치인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며 “문제는 미국과 한국 모두 야당 대권주자가 대선을 앞두고 사법리스크를 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판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후보들의 지지율 다툼만큼이나 중요하다. 그 때문에 민주주의가 소수 판사들 손에 달려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