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사상 최대 폭락을 기록한지 하루 만인 6일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간 기록한 하락폭을 만회하진 못한 데다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반대매매 우려도 여전히 시장에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전체 신용융자잔고는 19조2941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17조원대였던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3월 이후 19조~20조원대로 늘어났다.
신용잔고가 증가하면서 빌린 금액을 갚지 못해 발생한 위탁매매 미수금도 같은 기간 9467억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2.10% 증가했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반대매매 규모는 76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일 반대매매 금액이 44억4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거래일 만에 73.21%가 늘어난 것이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0.4%에서 0.8%로 확대됐다.
반대매매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 빌린 돈을 갚지 못했거나 신용거래 후 주가가 담보비율 아래로 떨어졌을 때 증권사들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강제 처분해 이 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지수가 하락할 경우 빌린 자금을 갚지 못하게 되면서 반대매매 규모가 불어나는 구조다.
올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대형 빅테크주의 상승세에 증시 우상향을 전망한 투자자들이 빚을 내 투자에 나서면서 신용융자잔고가 늘어났다. 증권가에서도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를 3000선으로 제시해 '삼천피' 전망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지난 5일 장중 코스피는 2400선이 무너지는 대폭락을 겪었고 반대매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92조원이 증발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3% 올라 2522.15에 마감하면서 일시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전날의 하락폭을 만회하진 못했다.
반등에도 코스피가 여전히 2500선에 머물면서 추세적 반등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된 미국 경기 침체 공포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변동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를 방증하듯 이날 증시 반등에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각각 2048억원, 322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지난 5일 하락장에 1조6945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 역시 456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추매 흐름을 이어갔다. 저점 매수에 나선 것인데 이렇게 사들인 규모가 늘어날수록 향후 주가 추가 하락 시 반대매매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날 우려가 있다. 반대매매가 쏟아지면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주가가 더 하락하는 악순환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지난 한달간 코스피에서 신용융자잔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2560억원이던 신용잔고가 지난 5일 3802억원으로 48.5%(1241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주가는 23만6500원에서 15만6100원으로 33.9% 하락했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오늘 장이 반등하면서 반대매매에 대한 우려는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이번 증시 폭락의 단초로 지목된 미국 경기침체 공포, 인공지능(AI) 거품론 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할 순 없다"며 “증시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 물량이 대거 쏟아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