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정된 지구는 신경 안 쓰셔도 된다.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낮고 분양이 시작되더라도 이쪽 상권에는 영향이 없을 거다." (김포 장기동 A 상가전문 부동산 관계자)
“신축 아파트가 생기면 처음에는 기존 집값을 끌어내릴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도시 하나가 생기는 장점이 있으니 다 같이 오른다. 대신 2030년에 정말 분양이 시작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니 좀 길게 보셔야 한다." (김포 운양동 B 주택전문 부동산 관계자)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가 김포 한강신도시를 확대해 '분당급 신도시'로 조성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달 6~7일 만난 지역 주민·상인들은 이처럼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자족 도시로 거듭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가뜩이나 심각한 교통난에 대한 해결책 없이 인구만 늘어나는 게 부담이라는 이유에서다. 3기 신도시도 제대로 착공하지 않은 상황에 4기 구상을 신경 쓸 필요가 있냐는 얘기도 많이 들렸다.
정부가 새롭게 조성하는 김포한강2신도시(한강2 공공택지지구) 부지는 마산동, 운양동, 장기동, 양촌읍 일대를 아우른다. 크기는 약 731만㎡로 11만6000가구가 들어선다. 2026년 지구계획 승인을 거쳐 2030년 분양을 시작한다는 게 1차 목표다.
그러나 기존 신도시에 살던 이들은 시큰둥한 반응이 많았다. “아직 멀었다"거나 “정부 계획을 믿을 수 없다"는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포골드라인과 올림픽대로 진입로 등 교통난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반면 '여의도까지 30분', '분당급 신도시' 등 구호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김포 장기동에 사는 C씨는 “신도시 규모가 커지면 인구가 늘고 각종 혜택도 늘어날 것"이라며 “집값도 분당처럼 오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포 구래동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부지 조성보다 5호선 도입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신도시 추가 조성 보다는 서울로 접근하기 편한 교통 수단 확보가 지역 활성화·부동산 가격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라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사업의 본사업 전환을 의결하면서 신설역 위치는 정하지 못했다. 노선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김포시와 인천광역시를 설득하지 못해서다. 해당 사업은 2017년께부터 논의됐지만 두 지자체의 갈등으로 좀처럼 추진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상인들 생각도 비슷했다. 김포 구래동 상권에서 3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D씨는 “(신도시 추진이) 너무 먼 얘기처럼 들린다"고 했다. A 상가전문 부동산 관계자는 “상권 문의를 하시는 분 중 새로운 신도시가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존에 있던 상권도 자리를 잡는 데 오래 걸렸는데 혹시 상업지구가 너무 크게 들어오지는 않을지 신경 쓰인다는 의견이다.
김포 장기동에 있는 '라베니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까지만 해도 공실율이 50%에 육박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최근에는 지자체가 각종 문화행사와 축제를 기획하고 사람이 모이며 빈 공간이 거의 없는 상태다. 다만 훨씬 더 큰 상가밀집 지역인 인근 구래동은 역세권을 제외하고는 아직 공실율이 20~30%에 달하는 상태다.
정부는 김포 신규택지 외에도 평택지제(3만3000호), 구리토평2(1만8500호), 용인이동(1만6000호), 오산세교3(3만1000호) 지구지정을 내년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의 '분당급 신도시' 조성 계획은 어쨌든 지역 부동산 시장의 긍정적인 신호라고 입을 모았다. 또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정부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봤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김포에 기존 조성된 신도시 집값이나 상권 변화 전망은 앞서 헬리오시티가 공급됐을 때 가격 추이 등을 보면 예측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수도권 내에 계속해서 신도시 택지를 지정하고 있는 게 지방을 포함한 국토균형발전 관점에서 옳은지는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