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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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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그린벨트 해제…6년간 42만 가구 공급 ‘초강수’(종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08 16:56

정부, 8일 전방위적 주택 공급 정책 발표

향후 6년간 42만 7000가구+α 공급

전문가 “불안심리 일부 해소 큰 효과는 기대 어려워”

“후손에 물려줄 그린벨트 해제 반대” 목소리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사진=연합)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사진=연합)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정부가 또다시 '공급대책' 카드를 꺼냈다. 업계에선 이번 공급대책이 수도권에 번지는 불안심리를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의 주원인으로 꼽힌 저출산 대책 관련 주택 대출 축소에 대해선 선을 그은 만큼 제한적인 효과만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날 12년 만의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와 6년간 총 '42만 7000가구+α' 규모의 신규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하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정부는 수도권 내 그린벨트를 해제해 올해와 내년 각각 5만 가구, 3만 가구 등 총 8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굴할 예정이다. 이중 서울은 약 1만 가구 이상 공급이 가능한 그린벨트가 해제될 전망이다. 세부 대상지는 오는 11월 발표한다. 이에 따라 당장 오는 13일부터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인접 수도권 지역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대규모 그린벨트를 해제에 나서는 것은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2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해제 이후 약 12년 만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속도를 높여 주택 공급도 가속화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특례법인 재건축·재개발 촉진법(가칭)을 제정해 현행 7단계인 정비사업 단계를 5단계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7단계 가운데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의 동시 처리를 허용하고, 조합을 설립한 뒤 단계적으로 수립해 인가하는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의 동시 수립도 허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조합 설립 동의율도 현행 75%에서 70%로 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정비사업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식으로 분양주택 수를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3년 한시로 법적 상한의 최대 1.3배까지 추가 허용할 계획이다. 또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유연한 추진이 가능하도록 전용 85㎡ 이하 주택 공급 의무도 폐지할 방침이다.




비아파트 수요를 정상화하기 위해 세제 혜택도 내놨다. 신축 소형 주택을 구입할 때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산정 시 이를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 적용 기간을 2025년 말에서 2027년 말까지로 2년 연장한다. 특례가 적용되는 소형 주택은 전용면적 60㎡ 이하이면서 수도권은 취득가격 6억원 이하, 지방은 3억원 이하인 다가구, 연립·다세대, 도시형 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이다.


신축이 아닌 기존 소형 주택을 구입해 등록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경우에도 세금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시켜 주기로 했다. 적용 대상은 올해 1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구입해 임대 등록한 전용면적 60㎡ 이하 비아파트(수도권 6억원 이하·지방 3억원 이하)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번 공급대책이 수도권에 번지고 있던 불안 심리를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한 원인은 향후 주택 준공물량 감소 우려와 전셋값 상승이 온 불안 심리"라며 “단기간 가용할 수 있는 주택공급 방안을 총동원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의 동시처리, 사업 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의 동시 수립을 허용하는 등 정비사업 속도를 높인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저렴한 공공주택을 서울 근교에 확대 공급하겠다는 시그널을 줌으로써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기대감이 다소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계획대로 주요 입지에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면 전환된 대기 수요자들에게 좋은 내집 마련 전략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대출 규제와 신생아 특례대출 축소 등에 대해선 선을 그었고 집값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지역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 내용의 상당수는 기존에 발표된 정책을 세부적으로 구체화한 것"이라며 “지금은 획기적인 방안, 큰 공급 숫자 등이 시장에 별다른 효과를 끼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위원도 “최근의 상승세를 주도한 강남권, 마용성 지역의 신축 위주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을 공급하는 대책과는 거리가 있어 시장을 진정시키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책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예컨대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과 도시정비법 개정안 등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함 랩장은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과 도시정비법 개정안 및 시행령 개정 등 9월 본격 진행할 관련 법안의 국회 법 개정 속도에 따라 정책 현실화는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산림을 훼손하면서까지 주택 공급량을 늘릴 필요가 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 이미 검증된 실패한 정책"이라며 “집값안정 효과 없는 공급확대를 위해 수도권 허파인 그린벨트를 한 평도 허물어서는 안 된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에게 물려 줄 유산이자 도시 삶의 환경, 생태, 안전을 지키는 장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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