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건설업계에 최근 녹색바람이 불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그린리모델링' 등 생존 전략 수립에 한창이다.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기업과 우리 사회의 생존·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1년 10월 발표된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의해 건설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건축물 부문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2018년 대비 88.1% 가량 줄여야 한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건축물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제로에너지건축물', '그린리모델링'이 중심에 있다. 신축 건물은 2050년 기준 제로에너지건축물 1등급 100%를 달성하고, 기존 건축물은 2050년까지 그린리모델링 에너지효율등급 가정용 '1++', 상업용 및 공공용 '1+100%'를 충족시켜야 한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와 생산의 합이 '0'이 되야 하는데, 나라마다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냉난방·급탕·환기·조명 등 5대 에너지의 사용량에 대해서만 평가하고 있다. 2020년 공공부문 연면적 1000㎡ 이상을 대상으로 5등급 의무화가 시작됐다. 올해는 민간부문도 30가구 이상 공공주택부터 5등급 의무화가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지속된 건설업계 불황에 따른 공사비 상승 부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악재 여파에 내년 6월로 연기됐다. 내년에는 공공부문은 연면적 500㎡ 이상, 민간부문은 연면적 1000㎡ 이상이 의무화되고, 2030년부터는 민간부문도 500㎡ 이상 건물로 확대된다. 그린리모델링은 노후 건축물의 단열, 설비 등 성능 개선을 추진해 오래된 건물의 냉난방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사업을 말한다.
이같은 '녹색 건축 시장'의 전망은 밝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93조∼107조원, 2050년에는 180조4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15조∼20조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약 10배 수준으로 성장하는 셈이다. 그린리모델링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2050년까지 1706조~2781조원, 연평균 63조~103조원 규모의 성장이 전망된다. 다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100% 이행을 가정한 전망치다. 추소연 RE도시건축연구소 소장은 “탄소중립과정에서 건물의 고유한 기능을 침해하지 않고, 실내 활동의 질을 보장하는 동시에 에너지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이같은 시장에 뛰어들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친환경 건설 기술·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12월 탄소 배출량이 높은 시멘트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콘크리트 기술을 적용한 '제로(Zero) 시멘트 보도블록'을 개발해 본격적인 생산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2014년 경기 용인에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 센터(GSIC)' 세우고, 신재생 에너지로 소요 에너지의 최대 70%까지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GS건설은 자이(Xi)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는 '그린 스마트 자이' 기술을 고도화하고, 롯데건설과 한화 건설부문도 각각 '에코에너지 TFT', '친환경 건축기술 TF'를 만들어 원천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세제 지원, 경제적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건산연에 따르면 제로에너지건축물 조성 시, 비주거 건축물의 경우 공사비용이 30∼40% 이상 추가 투입되며 공동주택은 표준건축비 상한가격 대비 4∼8%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조성하다 보면 공사비가 그만큼 상승한다"며 “세제혜택, 용적률 인상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그린리모델링 역시 공사비의 저리 대출과 보조금 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