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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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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락’에 백기 든 일본은행…‘추가 인상’ 가능성 사라졌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09 15:35

일본은행, 금리 인상 후 시장 달래기
오락가락 금융정책에 추가 긴축 시험대

“진정 후 추가 인상” vs “가능성 사라져”
미국 경제가 관건…“美 침체면 금리인상 끝”

JAPAN-ECONOMY/BOJ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사진=로이터/연합)

지난달 금리 인상으로 '블랙먼데이 쇼크'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비판에 휩쌓인 일본 중앙은행이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일본은행이 추가 인상을 예고한 뒤 일주일 만에 항복 선언을 한 셈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의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마침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다는 자신감에 일본은행은 금융 정책 정상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지만 과거에 두 차례나 실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 신중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 시장 달래기에 성공했지만 이같은 '갈지자 행보'에 금융완화에서 벗어나겠다는 일본은행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장 예상을 깨고 단기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추가 인상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엔/달러 환율은 회의 직전 달러당 152엔대에서 지난 5일 141엔대까지 추락했고 일본 증시는 물론 한국,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그러나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지난 7일 “금융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현 수준에서 금융완화를 계속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즈오 총재가 회의 당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을 감안하면, 일본은행이 약 일주일 만에 백기를 든 셈이다.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 이후 달러당 엔화 환율은 146~7엔대로 약세 전환했고 글로벌 주요 증시는 지난 5일 하락분을 대부분 만회했다.


JAPAN-ECONOMY/BOJ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사진=로이터/연합)

이렇듯 일본은행의 태세 전환으로 글로벌 증시의 폭락장세가 일단락된 분위기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이 정상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만큼 향후 기준금리는 언제든지 인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은행이 최근 공개한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주요 의견'에 따르면 정책위원 중 한 명은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후반에 물가 목표를 실현한다는 점을 전제로 정책금리를 중립금리까지 올려야 한다"며 “가장 낮아도 1% 정도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쿠마노 히데오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진정되면 일본은행은 다음 금리인상에 대해 시그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BOJ 워처(일본은행 통화정책 분석가)의 65% 가량은 올 연말까지 금리가 한 차례 추가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월 금리인하를 예고한 만큼 미일 금리차 축소로 엔/달러 환율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가이타메닷컴 리서치연구소의 간다 다쿠야 애널리스트는 “일본은행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렸지만 이제는 주식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멈추려는 것 같다"며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일본은행이 시장을 많이 살핀다면 금리를 많이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MBC닛코증권의 마루야마 요시마사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은 사라졌다"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시장 트레이더들도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주일 만에 60%에서 30% 가량으로 축소시키는 등 위축된 모습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각에선 미국 경제 상황이 관건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9조달러를 운용하는 JP모건 자산운용의 시머스 맥 고레인 글로벌 금리 총괄은 “일본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는 경로가 있는데 이는 연준의 금리인하로 미국 경제가 안정화되는 것"이라며 “미국이 침체에 빠졌다면 (일본 금리인상은) 끝났다"고 주장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은 미국과 세계 경제가 침체를 피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은행은 과거에 미국발 침체로 금융정책 정상화에 실패한 적이 있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제로 금리를 유지하던 일본은행은 2000년 8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다음해 미국에서 닷컴붕괴가 일어나자 세계 최초로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이후 2006~2007년에 정책금리를 0.5% 수준으로 다시 올렸지만 다음 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다시 금리를 낮췄다.


이와 관련, 맥 고레인은 일본은행이 내년에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경제환경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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